숲으로 가는 행복열차│취업스트레스 풀기-대전 동아마이스터고
배워서 남줄 '랩' … "괜찮아 우린 젊어, 꿈을 포기하지 마"
즐겨 부르던 노래가사 바꿔 랩으로 … 애절함·간절함 묻어나
소원 주머니 만들어 트리 장식 … "취업 스트레스 날려 후련"
"밤새 자소서에 튀긴 침이/마르기도 전에 교무실로/아 참, 선생님이 취업 땜에 생기부 떼 오래/난 시작도 전에 눈을 감았지/날 한심하게 볼게 뻔하니 이게 더 편해/내가 처량하다고 다 그래" 그레이가 작곡하고 우원재가 부른 '시차'라는 노래 가사를 개사한 내용이다.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2학년 학생들은 조별로 나눠 자신들이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를 바꿔 랩으로 불렀다. 아이들은 개사한 곡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어깨를 들썩였다. 13일 1박2일 일정으로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2학년 학생 30명이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으로 겨울여행을 떠났다.
주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 '행복열차'는 올해 마지막 손님으로 동아마이스터고 학생30명을 태우고 서천으로 달렸다. 국립희리산 자연휴양림에 든 아이들은 "내년에는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슴을 짓누른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거나, 하고 싶은 전공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사를 바꿔 랩으로 표현하는 노래가사를 정확하게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에서 애절함과 간절함이 배어나왔다.
4조는 프라이머리의 '자니(Feat. DYNAMICDUO)' 가사를 바꿔 랩으로 불렀다. "학교 끝나서 친구들과 한 겜/내일은 노는 토요일이니까/꿈 얘기, 공부 얘기, 게임한 얘기/시간가는 줄 모르는 이 밤/밤기운이 올라오니 취준생들 끼리는 결국엔 취업얘기/답답해서 각자 전화기를 꺼내/취업처를 또 찾아보지"
"나는 지금 뭐해? 페북, 인스타/시간 낭비하다 현타왔어 난/어떻게 해볼까 생각 하지만/아니 답답해서 그래 진짜 막막해서 그래/2학년이 끝나가 3학년 올라가기 전인데/원서 1차, 2차, and 3차에/친구와 애만 태우는 지금…"
◆취업 스트레스 풀어줄 다양한 프로그램 필요 = 앞서 아이들은 서천 신성리 갈대숲에 조성된 미로여행을 즐겼다.
겨울바다 찬바람과 쏟아지는 눈발은 아이들 스트레스 해소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관광객이 없는 갈대 숲길을 걸으며 평소 못 다한 이야기와 서운한 감정을 바닷바람에 날려버렸다.
휴양림 강당에서 벌어진 림보게임에서는 기량을 120% 발휘했다.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림보게임, 최고 승자는 6조 배진영군이 차지했다. 키 178cm인 배 군은 70cm 림보 높이를 통과해 최종 승자가 됐다. 박수가 쏟아졌다.
아이들은 강당에서 '런닝맨'을 뛰면서 부족한 학교체육의 후련함을 만끽했다.
인솔 교사인 김진구 동아마이스터고 진로직업상담부장은 처음부터 모든 프로그램 일정을 학생들과 함께 했다. 스텝들이 만든 밥과 반찬을 아이들 식판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교사와 학생 간에 어떠한 벽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친구처럼 편안한 진로교사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좀 더 나은 기업을 찾아 아이들을 취업시키고, 전문성을 찾아가도록 정성을 다해 상담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날 아침, 아이들은 에코가방을 만들며 호흡을 가다듬었고,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 가족과 소통과 공감이 부족했던 김민성(가명)군은 에코가방을 완성하지 못했다. 바느질을 하다 중단한 이유를 묻자 "슬픈 이야기를 굳이 다 완성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답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아이들은 김 군 발표가 끝나자 힘찬 격려 박수를 보냈다.
조를 나누거나 친구들과 함께 국립생태원 에코리움도 돌아봤다. 다양한 동식물을 보고 휴식을 취하는 아이들. 그 중 생태원 에코리움 환경을 새롭게 설계해보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벌써부터 직업병(?)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며 친구들이 놀렸다.
'숲으로 가는 행복열차'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울산교육청이 주관하는 '숲 치유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단 한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철저한 사전점검, 인솔교사 참여, 현장답사, 버스기사 음주여부까지 점검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최고의 겨울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멘토와 스텝, 강사들을 꼭 안아주고 학교로 돌아가는 리무진 관광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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