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국회의원이 통과시켜놓고 외면하는 '일하는 국회법'
법안소위 한 달에 두 번이상? 실제는 0.4번
행안위 법안소위만 법 지켜 … 법안처리율 여전히 30%미달, 해외출장은 올 1회이상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한 달에 두 번이상 법안소위를 열어야 한다'는 법 규정을 국회의원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소위를 2개이상 복수로 두는 규정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해 강제규정 없는 법만 통과시키고 실질적으로는 과거와 같이 '일 안 하는 국회'를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25개가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한 지난달 17일 이후 이날까지 회의를 연 횟수는 모두 10번에 그쳤다. 소위당 평균 0.4번이다.
소위를 한번도 개최하지 않은 법안소위는 16개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64%에 달했다. 1번 연 곳이 8곳, 2번 연 곳이 1곳이었다. 행안위 법안소위만 법 규정대로 2번을 열었다. '2번이상' 최대한 많이 회의를 열어 법안심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법 취지와 크게 어긋나는 대목이다.
'일하는 국회법'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것으로 애초엔 1주일에 한번이상 법안소위를 열자는 내용이었으나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 논의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월 2회 이상'으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4월 5일 본회의를 넘어선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법률안 심사를 분담하는 두 개 이상의 소위원회를 두고, 소위는 매월 2회 이상 열도록 정례화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투표결과 재석 252명 중 찬성 237명, 반대 3명, 기권 12명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이 '일하지 않는다'는 여론에 몰려 제 목에 방울을 걸고는 스스로 심의, 통과시킨 법안이었지만 초반엔 법 시행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정사상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16일 현재 국회로 들어온 법안이 2만1283건이며 이중 6347건만 처리돼 처리율이 29.8%에 그쳤다. 70%이상인 1만5000건에 가까운 1만4936건이 계류돼 있고 이중 상당수가 단 한차례의 심사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은 '실적용 법안제출'에 열중하고 있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만 1만9321건으로 2만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의원 법안 처리율은 24.6% 수준이다. 4개중 1개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성을 갖추고 심사 속도를 내기 위한 법안소위 복수화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17개 상임위 중 8개만 복수법안소위를 만들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일하는 국회법에 강제조항이 없어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의원들이 법대로 법안소위를 월 2회이상 개최할 지는 의문이었다"며 "이에 의장실에서는 법안심사 결과뿐만 아니라 법안소위 개최 실적을 주기적으로 발표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무처는 새로운 직책으로 '공보관'을 만들어 전반적인 의정활동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각 상임위마다 공보역할을 담당한 사람을 지정해 놨다.
한편 국회의원들이 해외에는 평균 1번이상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2019년 1월1일~8월31일까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실적과 계획현황'에 따르면 올해들어 이미 해외출장을 다녀왔거나 다녀올 예정인 의원은 319명이었다. 단순평균으로만 따지면 국회의원당 평균 한번 이상 해외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월별로 보면 1월과 5월에 각각 78명, 79명이 해외를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