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문항 없는 국정지지도 조사의 비밀
실제 민심 반영못해 '한계'
설문순서 일관되게 배치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국정지지도 수치가 다른 조사기관의 그것보다 낮은 이유는 조사설계와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국정조사는 '000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잘모르겠다'의 3개의 지문을 제시한다. 이에 반해 매주 국정운영 지지도를 발표하는 한국갤럽 경우 '잘모르겠다'는 보기를 읽어주지 않는다. '귀하는 000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혹은 잘못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다. 1차 질문에서 긍정/부정을 답하지 않는 경우 '굳이 말씀하시자면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 중 어느 쪽입니까?'라고 다시 질문한다. 결국 응답보기에 없는 '모르겠다'를 두번이나 말해야 최종결과에서 '모름'으로 처리되는 식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지문에 '잘모름'을 넣는 이유는 실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정말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잘함' 또는 '못함'으로 답변하는 것은 또다른 왜곡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지하던 사람이 지지를 철회할 경우 '못함'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잘모름'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전제했다. 민심을 좀더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조사에 '잘모름' 항목을 넣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실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 때인 2013년부터 줄곧 이 방식으로 조사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내일신문 창간조사가 국정지지도 설문문항의 순서를 뒤에 배치해 '의도적으로 지지도를 낮췄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을 잘모르는 악의적인 비판이다.
설문문항 순서의 중요성을 다룬 교과서에 따르면 부정적인 이슈를 먼저 물은 후 국정평가를 물으면 앞의 질문에 영향을 받아 지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으로 국정지지 여부를 먼저 묻게 되면 마찬가지로 사회이슈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설문 시작단계에서 국정평가를 묻는 것은 응답자에게 상당히 부담이 된다. 따라서 본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일상생활과 관련하여 응답할 수 있는 설문을 앞에 배치했다. 이런 설문순서를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기획조사에서 지속적으로 택한 방식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조사는 내일신문 창간기념으로 '촛불 3주년'을 맞이한 한국사회를 진단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방법은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였다. 조사 표본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19년 9월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따라 비례 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조사는 2019년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진행되었으며, 표본은 1200명으로 조사의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p였고, 응답율은 14.4% (유선 9.1%, 무선 16.6%)였다.
2019년 창간기념조사 일부 문항은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2017년 신년기획조사와 2017년 11월 '촛불 1주년'기념 기획조사와 비교·분석되었는데, 2017년 신년조사는 2016년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200명이었으며, 2017년 '촛불 1주년'기획조사는 ㈜서베이몹이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098명이었다.
[관련기사]
▶ 한국 민주주의 나아졌으나 정치권은 후퇴
▶ [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민주주의 지지, 촛불 때만큼 강하다
▶ 촛불 경험, 여전히 한국사회 가른다
▶ '촛불혁명' 용어 사용 거부감 늘었다
▶ 10명 중 7명 "탄핵 적절했다"
▶ [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 촛불 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정치권과 촛불 - 민주당·한국당에 끼친 영향] 촛불민심 수용할 집권능력 못 보여
▶ 탄핵 후 3년, 멈춰선 '한국당 시계'
▶ [대통령 국정지지도 논란에 대하여] 조사 방식 달라 단순비교는 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