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패스트트랙 대전 열흘전

여당 '선거법 당론' 수정 시도 … 한국당에 유화 신호

2019-11-22 11:22:46 게재

25일 의원총회 통해 '225대 75' 놓고 의견수렴

"연동제 도입 중요, 비례의석 수 연연 안해"

여야 3당 원내대표 20일 방미 회동 결과 주목

황교안 단식 여론추이·예산안 심사결과도 변수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를 뺀 선거법 개정에 부담을 느끼면서 '270석 고수'입장만 수정한다면 언제든 한국당과 협상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패트연대와의 공조체제를 견고히 하면서도 한국당과의 협상의 문도 계속 열어놓겠다는 복안이다. 핵심쟁점인 선거법이 선거의 룰인 만큼 주요 참여자를 뺀 채 규칙을 정한다는 게 유권자에게 비판적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과반의석을 확보한 '패트 연대'가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대한 표결 강행가능성을 높여놓은 가운데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여부가 결정된 이후 황교안 한국당 당대표의 단식 명분이 줄어들게 되면 한국당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으로 향하는 3당 원내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국하는 모습.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이들 3당 원내대표는 4박 5일간 미국에 머물며 미국 의회 및 정부 주요 인사들과 면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23일 자정무렵 귀국길에 오른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2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이 의석을 270석으로 줄이자는 데서 조금만 유연하게 나오면 협상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지역구 225석대 비례 75석을 그대로 하자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때도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현재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동제를 도입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 있으며 240대 60, 250대 50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의석수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점,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만 들어가면 모든 게 논의대상"이라고도 했다.

◆정의당-호남계 모두 설득해야 = 여당은 다음주 월요일인 25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에 대한 당론 수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는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225대 75'가 당론으로 못박혀있지만 당내 반발과 실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253석의 지역구 중에서 28석을 줄이게 되면 해당 지역구 의원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구 의원들까지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모 여당 의원은 "지역구 축소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면 지역구 주민들의 적이 되고 경쟁 상대의 먹잇감이 된다"면서 "모 의원은 공개적으로 지도부에 반대입장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으로 펼쳐져 있는 호남계는 '1석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 견고하다. 호남계 의원들이 없으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상정된 안보다 비례의석이 줄어드는 것엔 정의당이 부정적이겠지만 호남계 설득을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 축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다음주 월요일 의총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론수정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 단식효과, 여론향배 주목 = '패트 대전'을 앞두고 변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 동행한 3당 원내대표들의 회동결과에 우선 관심이 모아진다. 워싱턴에 간 이인영-나경원-오신환 원내대표는 전날(현지시간 20일) 저녁에 별도로 회의를 갖고 국내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표 단식에 따라 나 원내대표는 뉴욕으로 이동, 22일 오전 12시 50분 비행기로 귀국하기로 해 회동일정이 하루 당겨졌다. 이 자리에서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처리 방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효과와 여론 향배도 관심이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내놓고 단식을 시작했다. 지소미아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공수처법과 선거법은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라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는 점에서 23일 0시를 기해 지소미아 종료 여부가 결정된 이후 황 대표의 단식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패스트트랙 협상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다음 주 정치, 외교안보 일정이 빼곡이 예정돼 있어 '황교안 소외'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다른 변수는 예산안 심의가 늦어지면서 예산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유치원3법, 선거법, 사법개혁법이 뒤엉킬 가능성이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예산안 심의가 늦어지고 있고 소소위 구성을 놓고도 이견이 적지 않다"면서 "12월 2일에 상정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그렇게 되면 패스트트랙 법안과 엉키면서 예측불허의 상태로 옮겨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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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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