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법안 홍수의 그림자
20대국회 법안 남발, '일하지 않는 국회' 자초
처리건수 사상 최고, 처리율 사상 최저
18대보다 1만건 더 내 … 7천여건 법률 반영
처리율 32%로 추락 … 농해수위 가장 높아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20대 국회가 법률안 발의를 남발해 스스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률안 처리속도보다 발의속도가 더 빨라 처리건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으면서도 처리율은 사상최저치를 갈아치웠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20대 국회들어 제출된 법률안은 모두 2만3763건이었다. 20대 국회를 4개월 남겨놓고 있는데도 법률안 발의건수는 19대 1만7616건에 비해 6000건이상 많았다.
법률안 발의는 13대 국회에서 938건, 14대에서 901건을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늘었다. 18대엔 1만 건을 훌쩍 뛰어올랐다.
자연스럽게 법률에 반영된 발의안도 13대 707건에서 15대엔 1418건, 17대엔 3307건에 이어 19대엔 6742건, 20대엔 7670건으로 확대됐다.
본회의에서 처리된 건수 역시 13대 757건에서 20대엔 7783건으로 급증했다.
본회의 처리율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13대와 14대는 80.7%, 82.7%를 기록했지만 15대엔 77.4%, 16대엔 65.6%로 낮아지더니 17대부터는 40%대로 주저앉았다. 20대엔 32.7%로 추락했다.
상임위별 처리율을 보면 가장 높은 곳이 농해수위로 62.5%다. 이후 국토위(40.3%), 복지위(39.5%), 기재위(39.1%), 산자중기위(37.6%), 국방위(36.7%), 여성위(34.8%), 문체위(32.8%) 등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정보위를 빼면 법사위가 15.5%로 가장 낮았고 운영위가 16.5%로 뒤를 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2020년 업무보고'를 통해 "법안발의건수는 늘어났지만 처리율은 오히려 하락해 일하지 않는 국회 이미지와 국회 불신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일하는 국회를 위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위원회 입법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복수법안소위를 구성하고 운영지원경비를 늘리는 등 위원회 안건심사지원체계를 확충하고 직제개정을 통해 위원회 전문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법안발의 남발 방지를 위해서는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선정때 정량평가를 정성평가로 전환하는 등 유인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법제실에서 입안 의뢰때 충실한 사전설명 등으로 '건수 쌓기식 법안 발의'현상을 완화할 방침이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법안은 한 글자를 바꾸더라도 의미가 있을 수 있어 정성평가에 한계가 있고 건수를 늘리기 위한 입법을 법제실에서 조정한다하더라도 의원들이 발의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면서 "법안 제출 관행을 바꾸는 등의 분위기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