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정당이름 전쟁

67개 정당, 86개 이름 선점 … 당명 허용기준 논란

2020-02-14 11:30:22 게재

신민주당, 신공화당, 국민당 등 불허

선관위 "다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민주당 "미래한국당 허용, 정치 흑역사"

국민당창준위 "의결 내용 공개" 요구

4.15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창당이 이어지면서 정당명 허용범위를 놓고 논란이다.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안철수 전 대표가 중심이된 안철수계의 정당명인 '안철수신당', '국민당'이 연거푸 중앙선관위에 의해 거절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자의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으로 옮겨 붙었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등록정당은 모두 41개이며 창당준비위원회로 접수하면서 가칭 정당명을 올린 곳이 26곳이었다. 67개의 정당명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 등록정당은 한 개의 정당명을 갖고 있으면서 약칭도 보유할 수 있다. 등록정당들이 갖고 있는 약칭정당명은 19개다.

민주당, 미래한국당 검찰 고발 더불어민주당 서재헌 상근부대변인(오른쪽 두번째) 등이 13일 미래한국당의 창당과 관련 한선교 대표 등을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과 더민주당을 약칭으로 등록했고 자유한국당은 한국당을, 새로운보수당은 새보수당과 보수당을 모두 약칭으로 쓸 수 있도록 이름을 올려놨다.

따라서 정당들이 이미 선점한 당명은 86개에 달한다. '미래' '국민' '대한' '한국' '녹색' '자유' '통합' 등 시대정신을 반영한 주요 단어들이 들어가 있다. 공화당, 한나라당, 친박연대,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의 기존 정당 이름도 눈에 띈다.

당명이 너무 많다보니 새로운 당을 만들 때마다 당명을 놓고 고심이다. 올해는 안철수계에서 문의한 '국민당' 등록에 대해 선관위가 불가방침을 내린 게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앙선관위는 국민당 창준위 질의에 "국민당은 국민새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당명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국민당 창준위는 곧바로 반발했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국민의당이 원내 교섭단체로 등록돼 있을 때인 2017년에 국민희망총연합 창준위는 국민새정당이나 국민희망당을 당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중앙선관위는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국민의당)과 뚜렷이 구별되므로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에 '국민의당'이 있을 때는 '뚜렷이 구별된다'는 이유로 국민새정당의 당명을 허용하고는 3년후인 이번엔 '국민새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당'을 불허하는 것을 두고 국민당 창준위는 "대체 건전한 상식과 이성에 부합한 논리인가"라며 "국민의당과 국민당이 유사명칭이고 국민의당과 국민새정당의 당명이 뚜렷이 구별된다면 국민당과 국민새정당의 당명도 뚜렷이 구별된다는 간단한 논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신', '새'만 붙이는 것은 허용 안돼 =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017년 민중당이 있는 상황에서 새민중정당의 허용여부를 묻는 질문에 민중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고 하여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국민당 불허 방침 결정은 이런 근거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한애국당이 신공화당으로 당명을 바꾸려고 했을 때도 "정당법 제 41조 유사명칭의 사용금지 제 3항은 정당의 명칭(약칭을 포함)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신공화당'이라는 명칭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정당의 명칭인 '공화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국민희망시대가 '신민주당'을 당명으로 쓰려던 시도 역시 이미 사용 중인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행복한당'을 당명으로 정하려던 문의에 대해서도 국민행복당의 약칭이 '행복당'이라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이미 등록된 정당인 '행복당'와 뚜렷이 구별되지 않은 경우"라고 했다.

◆어떤 것을 허용했을까 = 지난 2012년 진보당 창준위가 등록서류를 접수한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진보당의 당명 등록접수 서류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중앙선관위는 "정당명칭의 핵심이 되는 중요부분이 통합과 진보인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이라는 명칭과 뚜렷이 구별된다"며 "정당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충청의 미래당'이나 '자유공화당' '대한공화당' '애국공화당' 역시 사용가능한 당명이라는 답변을 냈다.

'비례한국당' 당명을 불허한 중앙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은 허용했다.

이에 따라 미래민주당도 창당절차와 기준을 충족한다면 당명 문제로 정당 등록이 불허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관위의 미래한국당 등록 허용 결정으로 민주주의가 우롱 당하고 퇴행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선관위 결정은 두고두고 한국 정치사의 흑역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의 가짜 정당 만행에 선관위 맞장구를 치는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선관위의 결정 재고를 강력히 요구한다"고도 했다.

한편 안철수 국민당 창준위원장은 이날 중앙선관위를 찾아 항의했다. 국민당 창준위는 '국민당 당명 불허 입장' 결정과 관련한 의결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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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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