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건물에서 에너지를 캐다 ①
‘제로에너지’ 건축, 개념부터 바로잡자
건축물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
독일, 플러스에너지 하우스 도약
전 세계적으로 ‘넷 제로(온실가스 순 배출 0)’ 운동이 활발한 가운 데 건물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마다 건물 면적은 증가하고 폭염 등 이상기후로 냉·난방 수요가 늘면서 전 지구 온도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건물부문 에너지 관리는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건물부문 에너지사용량은 약 4168만 2000toe(석유환산톤)로 2013년(약 3781만4000toe) 대비 10.2% 늘었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융합학과)는 “과거 증가율이 낮았던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전보다 빠르게 증가해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10여년 전부터 관련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를 통해 2030년 BAU(배출전망치) 대비 32.7%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념에 따라 건축물 설비나 신·재생에너지 탑재 비중 등 에너지성능 목표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라 하면 에너지 사용량이나 에너지 비용이 0, 에너지자립도가 100%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우는 제로에너지 건축은 ‘준 제로에너지 건축물(Nearly Zero Energy Build-ing)’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준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제로에너지 달성이 어려운 경우 이에 근접하게 국가가 정한 에너지 성능 목표를 달성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이명주 명지대 교수(건축학부) 는 “1990년대 패시브하우스 개념을 처음 도입한 독일의 경우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뛰어넘어 플러스에너지 하우스 시대로 도약하고 있다”며 “한국도 건축물간의 소규모 전력중개거래 사업을 하는 ‘포스트 제로에너지 하우스 정책’으로 나가야 하지만 거래는커녕 건물 내 소비에너지를 자체적으로 해결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