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 영상’ 운영자에 한 1년 6개월형, 미 22년형

2020-04-01 12:18:26 게재

김영란 위원장 “양형기준 전면 재검토”

미, ‘영상 1회 다운로드’도 5년형 선고

변협 “재발방지 위해 실효성 있는 입법필요”

‘n번방 범죄’를 비롯한 아동 성착취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법조계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처벌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는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3월 31일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방문한 뒤 “김영란 위원장에게 n번방 범죄 실태를 고려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의 양형 기준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법원이 관대한 처분을 하면 범죄는 근절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맞는 새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도 n번방을 둘러싼 사회적 공분이 있음을 공감하고, 범죄 실태를 고려한 아동·청소년 음란물 양형 기준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법원의 양형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영상을 상당수 유포하고 4억원 가량의 부당한 이득을 취했지만 법원은 1심(2018년 9월 7일 서울중앙지법 단독 최미복 판사) 집행유예, 2심(2019년 5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부 재판장 이성복 부장판사)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연루된 223명의 한국인에게는 150만~10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미국 법원이 아동 성범죄 영상을 촬영해 해당 사이트에 업로드한 남성에게 22년형을 선고하고, 불법영상을 1회 다운로드한 남성에게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과 대조된다.

대한변협(협회장 이찬희)도 이날 ‘텔레그램 내 성착취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입법’을 촉구했다. 변협은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과 ‘n번방’ 운영자인 ‘와치맨’은 검거되었지만, 26만 명에 이르는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텔레그램과 같은 기능을 하는 또 다른 플랫폼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며 “그런데 현행 법령과 시스템으로는 제2, 제3의 ‘박사’, ‘갓갓’, ‘와치맨’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복잡·다양한 범죄유형을 포섭하기 위한 법 규정 신설, 성착취영상물 제작자·유포자·소지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보호관찰·교육의무 부과·전자장치부착 규정 신설,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 및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국내외 인터넷사업자(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피해자 검색 삭제의무 부과 및 이에 대한 제재 등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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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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