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조국사태', 진실은 ⑮

'말맞추기' 의혹에 위법수집증거 논란까지

2020-06-08 10:32:38 게재

재판전 검찰 들른 증인에 재판부 "깜짝 놀라"

정경심 미용사 "검찰이 계좌내역 이미 다 알아"

검찰 '비공식 설명'하려다, 재판부 "공식적으로 해라"

조 국 전 법무부장관 재판에서 검찰이 증인과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측 증인이 재판 출석전 검찰에 들렀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깜짝 놀랐다"며 "증인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수사기관에 다시 가서 진술을 확인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는 위법수집증거 논란이 벌어졌다. 검찰이 참고인을 조사하며 본인동의나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개인 금융계좌 정보를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정 교수 공판에서 변호인은 "미용사가 조사를 받으러 가니 압수를 통해서 확보되기 전에 계좌정보를 제시하면서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영장에 의한 압수나 본인동의 없이) 그 전에 확보된 것이라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향하는 조국│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진술바꾼 증인, 검찰들러 법정 출석 =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는 조 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청와대 전 특감반원이자 현 검찰수사관인 이 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이씨는 1차, 2차 검찰조사때 까지는 '감찰이 중단된 게 아니라 종료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3차 검찰조사부터 '감찰종료가 아니라 중단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이 바뀌게 된다.

5일 공판에서 이씨는 검찰조사 때도 진술하지 않던 '유재수에 대한 추가 감찰이 가능했다'는 증언까지 했다. 이씨의 증언을 이상하게 생각했던지 박형철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증인은 나오기 전에 검찰에 갔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씨는 "진술조서를 확인하려고(갔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가 깜짝 놀라며 "증인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수사기관에 다시 가서 진술을 확인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검사는 "본인이 조서를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시 "(조서 열람등사를) 신청해서 보는 것은 좋은데 검사와 같이 보는 게 허용되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전화만으로 '믿을 수없는 증인'이라더니 = 그러자 검사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공판에 들어가는 검사는 증인 신문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묻거나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시 "다른 증인들이 법정에 오면 검사들이 재판오기 전에 피고인과 만났냐, 전화했냐라며 (접촉이 확인되면) 믿을 수 없는 증인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재판부 질책이 계속되자 한 검사는 "재판장 우려에 공감하고, 거기에 대한 어떤 조치를 원하느냐"고 말했다.

재판부는 "저번 기일에도 이인걸 전 특감반장도 검찰에 들렀다는 걸 듣고 놀랐었다"며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측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에서 진술조서까지 마친 사람이 이후에 다시 서로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예상되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건 자체에 대해 리마인드 시키는 것은 명백히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우려하는 부분 충분히 인식하고, 이게 얼마나 예민한 사건인데 감히 증인을 미리 불러서 회유하겠나"라며 "법절차에 따라 증인 소환 당사자 조서열람 범위내에서만 한 것이고, 앞으로 우려하는 부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장·본인동의 없이 계좌정보 확보 의혹 = 위법수집증거 논란도 벌어졌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정경심 교수 16차공판을 열었다. 재판 말미에 정 교수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저희가 자료를 다 점검해보니 (차명 주식거래 혐의와 관련한 미용사) 구 모씨 계좌는 압수영장이 나와서 그것이 실시된 날짜 전에 그게 제시되면서 질문이 물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검찰이 계좌정보를 구씨에게) 제시한 게 지난해 11월 1일 첫조사 때인데, 그게 집행된 건 실제로 그 이후"라고 말했다.

또 변호인은 "지난 재판에서 구씨가 증인으로 나와서 자신이 (11월 1일 검찰조사를 받을 때) 계좌정보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며 "그 전에 (검찰이 계좌정보를) 확보한 것이라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씨의 계좌정보를 압수수색이나 본인 동의에 의하지 않고 확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조사받으러가서 동의서에 서명" = 지난 5월 28일 공판에서 구씨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변호인은 구씨에게 "2019년 11월 1일 미용실에서 일하던 중 수사관들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제시받아 압수수색에 참여하고, 그날 오후에 검찰에 출석해 처음 조사받은 것이죠"라고 물었다. 구씨는 "네. 일하는 도중에 와서 집을 수색한다고 해서, 제가 오늘 당장 그걸 해야하냐 라고 했더니, 영장을 가지고 왔다면서 바로 집으로 갔다"며 "그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조사 당시에 금융거래정보 등 제공동의서라는 서류가 있는데, 이걸 제시받고 서명한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구씨는 "서명하라고 해서 서명했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이 "이날 조사받기 전에 증인이 수사기관에 해당 계좌(정보)를 가지고 미리 제출했었나요"라고 묻자, 구씨는 "아니요. 내 계좌에 뭐가 있는지 일일이 다 찾으셔서 이런 게 있다고 말씀하시니까 '맞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첫 조사할 때, 해당 계좌 거래내역을 증인이 (검찰에) 가지고 간 건 아니죠"라고 묻자, 구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 검찰 해명에 관심 쏠려 = 검찰이 본인동의나 법원 영장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방법에 의해 임의로 계좌 정보를 확보했다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며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명시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도입된 조항이다.

지난 4일 변호인의 의혹 제기에 검찰은 "자료를 정리해서 (변호인에게) 비공식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재판부가 관여 안하고 비공식으로 해결해도 되나요"라며 "공식적으로 답변하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에서 검찰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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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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