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너무 가까워진 여당과 정부
여당 출신 장관이 여당 초선의원에 '의정 훈수'
"나를 죽여라" "장관 두드리기 안된다"
수시로 공식·비공식 당정협의 사전조율
상임위서 정부정책 방어에 총력 불가피
"장관겸직도 삼권분립에 위배" 지적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행정부인 문재인정부가 가까워졌다. 176석의 거대여당이 된 21대 국회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수시로 만나고 협의하고 협조하며 입을 맞춘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손잡고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지난 4.15 총선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행정·사법부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내세운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나라 정치체제에서 입법부의 제 1 정당이 행정부와 밀접해지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거대여당이 행정부와 같이 움직일 경우 입법부의 견제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행정부의 독주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연구원 주최로 지난 24일부터 21대 여당 초선의원 82명을 대상으로 '초선의원 혁신포럼'을 열고 민주당 출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슬기로운 의원생활' 강연을 듣기로 했다. 박 장관과 추 장관은 24일과 25일에 강연을 진행했고 유 장관은 7월 1일, 김 장관은 7월 2일로 잡혀있다.
◆장관의 의원 교육 = 4명의 장관은 20대 국회에서 의원신분으로 장관직을 수행해 오다가 21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못해 의원직을 잃은 채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행정부의 장관 4명이 여당 초선의원들에게 의정활동을 지도한 셈이다.
박 장관은 지난 24일 "이번 상임위의 테마를 어찌 가져가고 국민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지 어떻게 설득시킬지에 대한 사전회의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상임위에서는 합심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찾아낸 이슈라도 양보하고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초선 때는 자기를 죽이면서 전체를 위해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여당 의원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 장관은 전날 "여당 의원한다고 '이따가 장관 열심히 흔들면 저 자리 내 자리 되겠지' 하고, 장관만 바라보고 야당 역할하면 안된다. 장관 밀어내기, 두드리기 하면 안 된다"며 "그냥 배지 달고서 특권 있다고 하니 '궁금하다. 나도 맛보자'하시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관 물고 뜯을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그릇이 필요하다"며 "이제 다시는 우리가 분열돼서는 안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행정부 장관이 입법부 의원을 상대로 의정생활 노하우를 공개적으로 전수하는 게 '슬기로운 행위'인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겸직장관과 청탁입법의 유혹 = 제헌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애초 의원내각제로 구성됐던 것을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로 대통령제로 전환하면서 남아있는 '의원들의 장관겸직'도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침해하는 행위로 지목받고 있다.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겸직장관 청문회에서 '동료의식'을 발휘해 솜방망이 검증을 하기도 했다.
여당과 행정부의 밀애관계는 행정부가 여당의원에 입법을 부탁하는 '청탁 입법'으로 연결되곤 한다. 정부가 내놓기 까다로운 법이나 행정부의 입법절차를 생략하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여당'이라는 고속도로를 활용하는 '편법'이 흔하게 활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후 만들어진 문재인정부는 초반부터 '민주당 정부'를 자처했다. 행정부 현안을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만나 조율하고 협의하는 당정청 협의가 활성화됐다. 이해찬 당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는 여당과 행정부 고위층의 고위당정청협의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상임위와 해당 부처와의 협의, 각종 현안 특위와 정부 부처와의 실무협의를 만들었다.
현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여당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이후에야 발표될 수 있었다. 예산을 편성할 때도 일단 여당과 조율을 끝내야 한다.
이같은 여당과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의 조율은 여당이 상임위 등에서 정부편에 설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5일 6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단독으로 뽑은 이후 펼쳐진 일주일간의 '단독 상임위'는 공개적인 당정협의에 그쳤다는 평가다.
여당이 원하는 목소리를 행정부를 전달하고 조율하는 과정이었다는 얘기다.
여당 모 중진의원은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이라 너무 근접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청와대도 정부도 견제해줘야 긴장하고 부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진행할 경우엔 한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야당이 실력을 갖추고 강력해져야 여당과 정부도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관겸직은 의원내각제적 요소로 현재 체제에 맞지 않는만큼 헌법상 보장됐다 하더라도 활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그렇게 인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