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여당, 국정운영 운전대도 잡나
2020-07-01 11:35:28 게재
176석에 상임위원장까지
예산 편성·법안 통과 장악
1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대학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이 기재부에서 차단됐던 것을 여당의 압박으로 이번에 다시 추경심사에서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3차 추경편성과정에서 정부에서 제시한 규모를 늘려 추경규모를 사상 유례없는 최대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지난 2차 추경안에서 정부의 저항으로 조율된 긴급재난지원대상(소득 70%)을 100%로 전환한 것은 여당이 예산편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뿐만 아니라 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태년 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추경 제출전부터 우리당의 정책위를 중심으로해서 충분히 당정협의를 거쳤고 추경제출 이후에도 각 상임위별로 간담회와 당정협의를 통해 사전심사를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예산 편성권이 여당쪽으로 상당부분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21대 국회 이후 정부와의 정책 협의를 강도높게 이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여당과 정부의 협의체계인 당정협의는 정부쪽에서 보고하고 여당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사실상 정부가 검토해온 정책을 여당이 의견을 내면서 조율, 확정하는 셈이다.
정부 정책이 실현되기 위한 '법적 기반'은 여당이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176석은 전체 의석의 58.7%이지만 대부분 상임위에서는 60%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다. 예결위만 해도 50명 중 66%인 30명이 여당 몫이다. 절대 과반은 법안 통과의 보증수표로 읽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는 선전포고가 과거와 같은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여당은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려져 330일 후에는 '통과'를 기정사실화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날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 1호로 채택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원욱 의원은 '일하는 국회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워놓고 야당과 330일동안 협의해 최종안을 통과시키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며 이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여당 주도의 입법부와 국정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우선 입법부의 과도한 국정 주도가 입법부-행정부의 견제와 균형관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제에 필요한 삼권분립 원칙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는 여야가 같이 협의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핵심인데도 여당이 이 부분을 넘어서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행정부까지 장악하려는 것은 입법부의 역할을 넘어서는 부분"이라며 "특히 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출장소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의 과도한 권한행사가 적절한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입법부는 '승자독식'방식으로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고 있지만 집권당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내는 게 일반적인 풍토가 우리나라에는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여당의 독주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176석 확보가 코로나19 등에 의한 외부효과 영향이 크고 상임위원장 17개 확보 역시 개혁이나 전략에 의한 게 아니라 야당의 보이콧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불거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효성과 여권의 부동산 소유 문제, 검찰에 대한 비판수위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고 코로나19의 재확산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민주당이 절대의석을 확보하고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읽는 것은 선거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로 보기 어렵다"면서 "민주당이 야당과의 협상을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나 법안 통과나 예산 편성을 맘대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세는 집단적인 오판"이라고 봤다. 그는 "여당 내부의 독주 분위기는 자체 여론이나 야당에 의해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결국 국민 여론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서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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