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환경제 시대, 작은 산업곤충의 큰 기능
코로나19로 연일 계속되는 어두운 뉴스 사이에서 몇가지 흥미로운 뉴스를 발견했다. 이탈리아 베니스 수로에 물고기가 돌아왔다는 것과 60년 만에 돌아온 플랑크톤 떼가 멕시코 해안을 형광색으로 밝게 물들였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로 인간 활동이 줄어들자 자연 회복력이 빠르게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인구 집중화, 산업 발전, 소비 증대 등으로 특징되며, 이에 따른 매연, 오수, 폐기물 등 환경오염이라는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0억 명으로 늘어 현재 소비되는 식량보다 2배 이상의 식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환경오염 등으로 가축 사육이 어려워져 육류로 얻을 수 있는 단백질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곤충 동애등에 주목
사실 인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식량부족을 걱정하는 이면에는 놀랍게도 단순 폐기되고 있는 엄청난 양의 식량이 있다. 매년 전 세계 식량의 30%인 13억 톤이 버려지는데, 이를 처리하는 경제적 비용이 무려 1조 달러(1128조원)라고 한다. 식량의 생산과 폐기가 반복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식량안보는 물론 지구환경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떠오르는 이슈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유한자원의 선순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구축이다. 특히 지구상 생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곤충, 그중에서도 동애등에 애벌레로부터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동애등에는 순환경제시대에 매우 적합하다. 첫째 대량으로 사육해도 친환경적이다. 동애등에의 생애는 40여일로 짧고 성충은 1000개 정도의 알을 산란하는 번식력을 갖고 있어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쉽다. 사육 시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량이 매우 적어 환경오염도 없으며 물과 공간도 적게 든다.
둘째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여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동애등에 애벌레는 주로 남은 음식물을 먹고 자라는데, 동애등에 애벌레 1마리는 약 10일 동안 2~3g의 음식물을 분해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100kg을 주면 사료로 이용할 수 있는 유충 10kg과 비료용 분변토 50kg을 생산한다.
셋째 동애등에 애벌레는 균형 잡힌 필수 아미노산과 조단백질을 포함해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특히 아르기닌, 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을 비롯해 면역물질인 라우릭산이 많게는 50% 이상 함유돼 사료용 어분을 대체할 수 있다. 어분은 양돈과 가금류 사료로 활용되며 특히 양식에서 수요가 많다. 세계적으로 어분 자원의 부족과 가격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동애등에 애벌레가 가축, 반려동물, 물고기 사료와 어분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물고기와 작물을 함께 길러 수확하는 친환경 순환농법 '아쿠아포닉스'에 많은 나라가 주목하고 있는데, 물고기 배설물만으로는 영양 공급이나 질병 저항 등에 한계가 있어 고영양의 동애등에 등 곤충을 사료로 이용해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 곤충산업 해마다 발전
이러한 산업곤충의 다양한 가치와 잠재성을 사업화하기 위하여 국가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동애등에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투자하고 있다. 네덜란드 바이오식품업체 프로틱스, 캐나다 식용곤충업체 엔토모팜, 남아공 애그리프로테인사, 한국 곤충사육업체 C.I.E.F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동애등에를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부산물로 양계, 양돈, 양식어 사육 사료 등을 생산하며, 동애등에 분변토는 비료 원료로 자원 재활용을 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곤충산업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발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앞으로 곤충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환경 보전을 위해 등장한 순환경제 시대의 요구에 작은 산업곤충 '동애등에'가 보낸 답변은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이 탄탄대로가 되려면 곤충산업에 대한 민관협력과 투자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