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조국사태', 진실은 (20)

"검찰 말대로 하면 표창장 위조 불가능"

2020-08-24 11:39:10 게재

정경심 변호인, 검찰 위조 주장 반박 … "자택 IP주소 판단은 오류"

재판부 "검찰이 법정서 만들어보라" … 검찰은 "필요없다" 거부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방식대로 하면 동양대 표창장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이 적시한 캡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원본과 크기나 용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위조에 쓰인 컴퓨터에서 정경심 교수 자택 IP주소가 확인됐다는 검찰 주장도 해당 IP주소가 사설IP주소로 드러나며 검찰 주장의 오류가 드러나기도 했다. 공유기를 사용하면 자택 아닌 다른 곳에서 사용해도 해당 IP주소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재판부는 여러 차례 "검찰이 법정에서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럴 필요 없다"며 거부했다.

지난 20일 열린 정경심 교수 제25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검찰이 표창장 위조의 핵심 물증으로 제시한 동양대 휴게실 컴퓨터 포렌식 담당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3일 법정에 출석하는 정경심 교수를 보도한 당시 MBC뉴스데스크 화면. 출처 유튜브 동영상


◆검찰 제시 IP주소는 공인아닌 사설주소 =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등의 혐의 25차 공판을 열었다. 쟁점은 지난 7월 23일 검찰이 제시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컴퓨터 2대중 1대의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의 진실성 여부였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2013년 6월 정 교수가 방배동 자택에서 해당 컴퓨터로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특정했다. 포렌식 보고서는 그 근거로 해당 시기를 전후해 정 교수 자택 IP주소가 할당된 흔적 22건이 복원됐고, 또 네트워크카드의 맥(MAC) 주소가 주거지와 일치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변호인은 포렌식 보고서를 작성한 포렌식 담당자 이 모 수사관을 상대로 반대신문을 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IP주소는 공인주소가 아닌 사설주소"라며 "사설IP주소만 가지고 당시 해당 컴퓨터가 방배동에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제품식별정보를 주소정보로 판단 = IP주소는 공인주소(고정IP)와 사설(가상)주소가 있다. 공인주소는 우편물로 치면 실제주소다. 반면 사설주소는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 사용시 여러 개의 컴퓨터를 접속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주소다.

변호인은 "서울에서 쓰든 (경북) 영주에서 쓰든 같은 공유기 쓰면 영주가 아니라 서울에서도 같은 대역대가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이 수사관은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답했다. 이는 사설IP가 확인됐다는 것만으로는 해당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변호인은 또 "맥(MAC)주소는 해당 제품을 생산한 제조사를 식별하는 정보"라며 "~92460은 제조사인 아수스란 회사의 메인보드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네트워크 카드 주소는 아닌거죠"라고 물었다.

이 수사관은 "네트워크 카드주소로 파악하고 분석했다"고 답했다. 다시 "메인보드 맥주소가 동일하단 이유로 지리적 위치가 동일하다고 분석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수사관은 "그것만을 갖고 분석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제반 사항 종합해 분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맥주소만으로 방배동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MS워드서 캡처하면 파일용량 줄어 = 검찰이 주장한 위조방식의 문제도 지적됐다. 변호인은 공소장 대로하면 표창장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은 △아들 상장을 캡처해 '총장님 직인.png' 파일을 만들고 △이 파일을 MS워드 파일에 삽입해 '문서2.docx' 파일을 만들고 △'알캡쳐'란 프로그램을 사용해 직인부분 등을 캡처해 '총장님 직인.jpg' 파일을 만들었다고 적시했다.

정 교수 변호인은 "MS워드 문서에서 파일을 캡처하면 파일 용량이 2/3로 줄어들어 해상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검찰이 밝힌 세로가 371로 자르기도 어렵다"며 "검찰 주장대로 1072×371로 자르면 상장 하단에 누런색 굵은 가로줄(표창장 테두리선)이 함께 잘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누런 띠를 없애려면 포토샵 등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만 해당PC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며 "검찰이 밝힌 알캡쳐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검찰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알캡쳐 쓰면 품질값·크기 달라 = 변호인은 "'알캡쳐' 프로그램의 기본 품질값이 100으로 설정돼 있다"며 "그런데 검찰이 제시한 해당 파일의 품질값은 75"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은 "알캡쳐를 사용해보니 파일 사이즈도 110KB로 검찰이 제시한 파일 사이즈도 37KB보다 3배나 컸다"며 "결국 알캡쳐로 생성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이같은 지적에 이씨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시간된다면 검찰 측이 처음부터 위조과정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만들 필요 없다"며 "이미 만들어져있는데 출력해서 하면된다"고 거절했다.

재판 말미에 변호인은 정 교수가 '컴맹'을 갓 벗어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한 듯 "(38분만에 모든 과정을 거쳐 위조하는 것은) 엄청나게 숙달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걸 삽입하고 최종 저장한 거 다 만들어놓고 하면 (38분이 아니라) 10분에도 끝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재판부가 "나중에 기회드릴 테니까 검찰청에 실력 좋은 사람이 만들어보라고 해라"고 재차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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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장병호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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