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반도 비껴간다? 상처받은 '울릉도 의원'

2020-09-10 11:09:57 게재

육지 위주 표현에 '섭섭'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태풍 '하이선' 한반도 비껴 동해로 진로 변경" 지난주말 상당수 언론이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진로를 보도하면서 쓴 표현이다. 오랜 세월 기상예보를 접해온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표현인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란 표현에 상처받은 정치인이 있었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병욱(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사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뭍사람들의 거친 말에 섬사람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태풍 소식을 전하는 보도를 보면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다'거나 '태풍이 동해안으로 빠져나간다'는 표현이 비일비재하다. 이 말속에는 '태풍이 우리나라를 직접 강타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속내가 진하게 배어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번 태풍은 결코 우리나라를 비껴가지 않았다. 동해 바다 한복판에서 외롭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울릉도와 독도를 직격했다"고 덧붙였다. 울릉도가 지역구인 김 의원은 언론이 수십년동안 버릇처럼 써온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라는 표현이 사무치게 섭섭했던 것이다.

최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인해 울릉도와 독도가 큰 피해를 입었다. 9일 울릉도를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한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심장, 우리의 소중한 영토인 울릉도와 독도가 거대한 태풍 앞에 쓰러졌다. 기상 예보의 중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울릉도와 독도를 '투명섬', '유령섬' 취급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10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울릉도는 일주도로가 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통행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독도는 접안시설이 훼손돼 당분간 접안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시급하고, 울릉도 우회도로 확충을 위한 예산지원도 절실하다"고 전했다. 포항 출신인 김 의원은 울릉도를 지역구로 두기 전에는 본인도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다'는 표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솔직히 '울릉도 의원'이 되면서 '한반도를 비껴간다'는 표현이 정말 잘못됐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 보이던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동쪽을 지키는 울릉도와 독도의 지역구 의원이 된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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