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반도 비껴간다? 상처받은 '울릉도 의원'
육지 위주 표현에 '섭섭'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하지만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란 표현에 상처받은 정치인이 있었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병욱(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사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뭍사람들의 거친 말에 섬사람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태풍 소식을 전하는 보도를 보면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다'거나 '태풍이 동해안으로 빠져나간다'는 표현이 비일비재하다. 이 말속에는 '태풍이 우리나라를 직접 강타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속내가 진하게 배어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번 태풍은 결코 우리나라를 비껴가지 않았다. 동해 바다 한복판에서 외롭게 대한민국을 지키는 울릉도와 독도를 직격했다"고 덧붙였다. 울릉도가 지역구인 김 의원은 언론이 수십년동안 버릇처럼 써온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라는 표현이 사무치게 섭섭했던 것이다.
최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인해 울릉도와 독도가 큰 피해를 입었다. 9일 울릉도를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한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심장, 우리의 소중한 영토인 울릉도와 독도가 거대한 태풍 앞에 쓰러졌다. 기상 예보의 중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울릉도와 독도를 '투명섬', '유령섬' 취급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10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울릉도는 일주도로가 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통행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독도는 접안시설이 훼손돼 당분간 접안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시급하고, 울릉도 우회도로 확충을 위한 예산지원도 절실하다"고 전했다. 포항 출신인 김 의원은 울릉도를 지역구로 두기 전에는 본인도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다'는 표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솔직히 '울릉도 의원'이 되면서 '한반도를 비껴간다'는 표현이 정말 잘못됐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 보이던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동쪽을 지키는 울릉도와 독도의 지역구 의원이 된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