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나 몰라라 … 돈만 빼가는 위스키업체

2020-10-23 14:30:44 게재

디아지오코리아 잉여금 해마다 빼가

2014년 1402억원, 올해 76만원만 남아

수년동안 순이익 2~3배씩 고배당으로

국내에서 위스키를 유통 판매 중인 외국계 주류회사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본사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눈총을 받고 있다. 순이익보다 배당을 더 많이해 국내 투자는 외면하고 돈만 빼간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윈저(사진 오른쪽) 조니워커 등을 수입·유통하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대표 댄 해밀턴)는 올해(2019년 7월~2020년 6월) 영국 본사에 219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등으로 위스키 업계가 위기인데도 당기순이익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을 배당한 것이다. 올해 디아지오코리아 순이익은 95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도 디아지오코리아는 순익익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328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 3.7배가 넘는 규모다. 2018년 배당성향 164.1%보다 200%p 이상 증가했다.

우량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이 10~30%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배당이다.

디아지오본사는 디아지오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위스키 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고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상황에도 배당성향은 오히려 높아졌다.

디아지오코리아 고배당은 매년 논란거리 중 하나다. 디아지오코리아는 고배당 정책으로 기업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5년 1919억원(배당성향 150.4%)을 시작으로 2016년 1354억원(배당성향 236.5%), 2017년 572억원(배당성향 101.8%), 2018년 506억원(배당성향 164.1%)을 배당해 왔다. 모두 배당성향이 100%를 넘기면서 순이익을 초과했다.

문제는 올해다. 수년간 위스키 시장은 침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유흥업소 영업이 중지됐다. 유흥업소 판매 비중이 높은 위스키 업종은 치명타를 입고 있다. 실제 디아지오코리아는 판매감소로 6월 이천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그동안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에서 쌓아둔 이익은 수년간 배당으로 지출했다. 2014년 6월말 기준 디아지오코리아에 쌓였던 이익잉여금 1402억원은 대부분 배당으로 빠져나 나갔다. 그나마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이익잉여금 219억원 전체를 배당했다. 현재 디아지오코리아 차기이월미처분 이익잉여금은 고작 76만원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을 선도하던 업체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다.

디아지오코리아뿐만 아니라 발렌타인 등을 유통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지난해까지 5년간 배당성향이 100%대 수준을 보였다. 2016년 영업이익이 139억50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252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고, 2017년에는 91억5000만원을 챙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48억90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배당금은 115억원을 챙겼다. 영업이익 두배가 넘는 돈을 배당으로 챙긴 셈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배당금은 전년 실적과 현금흐름 등 엄격한 기준과 국내 상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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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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