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잔치' 위스키업체, 직원은 구조조정 칼바람
사업철수에 감원 '먹튀' … 한국서 돈 벌면서 고용창출 인색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천억원을 해외 본사로 보내면서(배당) 한국 직원 수백명을 내쳤다.
지난해까지 페르노리카와 디아지오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배당 후 희망퇴직'이란 '평행이론'이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다.
두 회사 노조가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페르노리카 국내법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1월 22일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 매각과 동시에 270여명의 직원을 94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위스키 시장이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회사 생존을 위해 주요 브랜드를 매각하고 임직원을 줄이겠다는 게 당시 이유였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은 "회사 생존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를 포함해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먹튀'라는 게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 입장있다. 페르노리카는 국내 실적이 악화될 때마다 한국 직원들을 내보내는 구조 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앞서 2014년과 2015년에도 직원 30명과 50명을 각각 줄였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프랑스 본사에 고배당금을 송금하며 고의적인 경영상 손실을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페르노리카는 국내에 법인이 두 개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로 나눠 운영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로얄살루트·멈·앱솔루트 등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국산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을 도맡아 왔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의 아시아 법인인 페르노리카아시아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주사인 얼라이드도멕홀딩스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한다.
조니워커와 윈저 등을 국내 판매하는 1위 위스키업체 디아지오코리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8년 7월 입사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당시 본부장과 지점장 등 전체 350여명의 직원 중 30여명이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희망퇴직자에 한해 퇴직금과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사옥 이전과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는 게 당시 디아지오측 설명이었다.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역시 고배당 뒤 인력 줄이기라는 점에선 페르노리카코리아 행태랑 다르지 않다.
디아지오는 1980년 오비맥주와 미국 씨그램 합작으로 세워진 회사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리며 한때 5000억원대 연매출을 내던 디아지오는 2016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부터 쇄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매출은 3257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5년 새 반토막 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위스키업체들이 한국에서 벌어 본사에 많은 배당을 보내면서 정작 한국내 고용창출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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