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11월 말 기준) 지자체 금고에 잠자고 있다
지방재정 집행률 82.2%
나라살림연구소 분석결과
코로나 상황에 집행 저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11월 말 예산 집행률이 80%대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70조원이 지자체 금고에 들어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지방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집행률 저조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11월 30일 기준 예산 집행률은 평균 82.2%다.
지역별로는 서울(86.72%) 부산(86.53%) 대전(85.76%)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경북(77.24%) 강원(78.14%) 충북(78.18%)은 낮다. 이는 해당 지역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예산 집행률을 더한 수치다.
지자체별로 보면 집행률이 85% 이상인 곳은 21개 뿐이다. 이 가운데 15곳은 광역지자체이고, 시 단위는 기초지자체가 3곳, 구 단위 기초지자체가 3곳이다. 광역지자체 가운데는 광주시와 경남도가 85% 이하다. 집행률이 65% 미만인 지자체도 9곳이나 된다. 경북이 울릉·영덕·청송·영양·울진군 5곳이고, 강원이 화천·양구군 2곳이다. 전남 구례군과 전북 장수군도 집행률 하위 지자체에 이름을 올렸다. 이보다는 높지만 집행률이 65% 이상 70% 미만인 지자체가 29곳, 70% 이상 75% 미만인 지자체가 73곳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집행률은 당초예산이 아닌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한, 예산현액 대비 지출액 비율이다.
이처럼 올해 회계연도를 한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 예산 17.8%가 집행되지 않고 남아있는 셈이다. 금액으로 보면 총 예산 393조원 가운데 11월 말 기준 잔여 예산이 69조9800억원이다.
지자체의 재정집행률 저조를 심각하게 보는 건 자칫 이 돈이 적절한 곳에 사용되지 않고 남아 다음해로 이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매년 현금으로 금고에 쌓여만 있는 것이다.
실제 전국 지방재정 잉여금은 상당한 규모다. 2018년 결산상 잉여금은 69조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순세계잉여금만 35조원이다. 2019년 결산결과 역시 잉여금이 전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순세계잉여금이 31조7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 순세계잉여금을 적립해둔 재정안정화기금까지 더하면 지난해 실질적인 순세계잉여금은 37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재정안정화기금도 지자체가 잘 활용하면 좋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기금은 지자체가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세입 일부를 적립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의 저금통 역할로 전락했다. 지난해부터 순세계잉여금이 과도하면 행안부로부터 교부세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이 기금을 활용한다. 순세계잉여금을 줄일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인 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집행률 82.2%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남은 예산 상당액이 적절한 곳에 쓰이지 않고 잉여금과 각종 기금으로 묶이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