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물 만드는 사람들 |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아리수 4인가족 1년 먹어도 735원
24시간 공급안정 … 저렴·친환경
'안전하고 건강한 물' 세계도 인정
독립적 경영주체 31년, 한몫 톡톡
1908년 9월 1일.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명으로 뚝도정수장에서 최초로 수돗물을 생산·공급했다. 당시 12만5000명이 수돗물 혜택을 봤다.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과 함께 인구가 급증했고 정수장 신설, 설비 개량 등 대규모 시설 확장이 진행됐다. 1980년대까지 수돗물 공급안정을 위한 기반구축이 우선이었다.
2008년 서울시 상수도 보급률은 100%가 됐다. 2019년 현재 정수처리능력은 1908년 1만2500톤에서 480만톤으로, 시설용량은 384배, 급수인구는 80배 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등을 중심으로 특혜처럼 공급되던 수돗물이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복지 '아리수'로 자리잡았다.
◆유수율 선진국 넘어서는 95% = 서울시민 먹는물과 생활용수 중심에 31살 청년조직 상수도사업본부가 있다. 1989년 11월 대통령령으로 설치, 수도사업 기능을 총괄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 왔다. 독립적인 경영주체로 출범, 상수도 시설·운영에 관한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질 높은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물론 시민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을 도입한 결과다.
초창기 시민들이 호소한 가장 큰 불편사항은 단수와 물부족 문제였다. 동네 공동수도나 급수차량도 흔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24시간 단수 걱정 없는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구축됐다.
수돗물 생산량 가운데 시민들이 실제 이용하고 요금을 납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유수율은 선진국 수준 이상인 95%다. 누수 등으로 손실되는 수돗물이 적고 생산과 공급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일본 도쿄가 서울과 같은 95% 수준이고 오사카나 프랑스 파리는 90~92%, 미국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는 80~86%에 그친다.
1995년부터 먹는물 수질기준 항목 외에 지자체 최초로 10개 항목을 감시항목으로 선정, 수질검사를 시작했고 2002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 권장 항목과 연동해 관리한다. 먹는물 수질기준 60개 외에 서울시감시항목 111개까지 총 171개 항목을 검사, 실시간 공개한다. 매달 450개 지점 수도꼭지도 살피는데 단 한차례도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결과가 나온 적이 없을 정도다.
백 호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서울시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생산과 공급, 수질과 경영,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신했다.
◆진화하는 서비스, 물품질 직접 확인 = 2007년부터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해 물 품질을 한층 높였다. 2010년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고도정수처리를 완료, 그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던 맛·냄새 물질을 제거한 고품질 수돗물을 공급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 최초로 '건강하고 맛있는 물' 지침을 설정, 생산에서 공급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그 깐깐함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다. 미국보건협회 안전시험소와 국제위생재단에서 2008년 167개 항목 수질검사를 실시, 미국 환경보호청 먹는물 수질기준 적합 판정을 내렸다. 2016년에는 아리수 생산·공급 전체 과정이 국제표준기구 식품안전경영시스템 ISO 22000 인증을 획득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009년 유엔 공공행정상 대상을 수상했다.
깐깐하게 생산한 물은 시민들이 확인한다. 2012년부터 시민들로 구성된 수돗물 시민평가단을 운영, 시민들이 수도정책을 평가·모니터링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수돗물평가위원회는 매달 2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원수와 정수 등 수질검사를 외부 기관에 맡긴다. 결과는 고지서나 인터넷으로 공개한다.
진화하는 서비스는 시민들이 서울물 품질을 직접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각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수도꼭지 수질인증제', 배관과 물탱크 관리를 진단하는 '품질관리제'에 이어 계량기 검침과 사용량 분석을 통해 사전에 누수진단을 하는 '토탈서비스'까지다.
◆탄소발생 적고 에너지 낭비 없어 = 성장기 아이는 물론 성인 건강에 반드시 필요한 칼륨과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서울물은 무엇보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4인 가족이 1년에 물 1825ℓ를 마신다고 했을 때 아리수는 735원이다. 정수기는 24만원, 먹는 샘물은 83만원에 달한다. 서울물과 비교해 정수기는 329배, 먹는 샘물은 1130배 비싼 셈이다.
페트병에 담긴 먹는 샘물과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 상수도관을 통해 공급하기 때문에 석유자원 낭비 문제가 없고 가정 내 전력 사용량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정수기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낭비요인도 없다. 서울물을 마시는 일은 그야말로 '환경보호의 첫 걸음'인 셈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한결 안심하고 서울물을 마실 수 있도록 2022년까지 녹슬지 않는 2세대 관으로 송·배급수관을 교체하는 동시에 주택 내 녹에 취약한 수도관도 100% 바꿀 계획이다. 동시에 상수도시설물 자산관리체계 구축, 수도사업 해외진출 등 패러다임 전환으로 향후 100년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백 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생산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가장 깨끗한 물을 가장 저렴하게,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공급해 시민들의 먹는물과 생활용수를 충족시켜 주는 최고의 물 전문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