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물 만드는 사람들│이은숙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지방보건연구사

"연구 통해 안전한 수돗물 생산 지원"

2020-12-24 11:53:26 게재

원생동물 검사 책임 … 미규제 신종물질 분석

"연구사라고 하면 하얀 가운 입고 실험실에서 우아하게 일하는 줄 알잖아요? 사실 힘으로 몸으로 하는 쪽이에요."

이은숙(사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서울물연구원 지방보건연구사는 "모두 수작업이라 디스크 팔목통증은 기본"이라며 "현미경을 너무 들여다봐서 다들 노안이 빨리 온다고 한다"며 웃었다. 1989년 발족한 서울물연구원은 서울물 아리수 안전성 향상과 보다 맛있는 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전문기관. 이 연구사는 수질분석부 미생물검사과에서 원생동물 분석 책임을 맡고 있다.

실험실 한켠에 줄줄이 놓인 10ℓ들이 물통을 보니 그의 얘기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 연구사는 "취수장에서 10ℓ들이 통 10개씩 물을 떠와 걸러내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작업을 반복한다"며 "원수부터 가정으로 가는 각 과정을 정밀 검사해 기준치를 초과하는지 건강에 유해한지 여부 등을 살핀다"고 설명했다. 한곳이라도 이상이 있다 싶으면 당장 수돗물 공급을 중단한다. 2001부터 서울물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아주 오래 전에는 바이러스 파동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입사 이후 그런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물연구원은 국내 1호 원생동물 분야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이다. 2004년 지정된 이후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등 검사기관이 없는 다른 지자체 수돗물 안전까지 챙기고 있다. 2007년 경기도 파주 김포 남양주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강원도 춘천, 충남 공주, 경기 하남 등 9개 지자체 원생동물 검사를 지원한다.

이은숙 연구사는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꼽히는 '마르퀴스 후스 후' 2011년판에 등재,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결핵 유발균으로 알려져 있는 마이코박테리아에 대한 물 분석방법을 처음으로 시도, 입증했다. 이 연구사는 "수돗물이나 정수에서 검출되지 않았지만 선제적 방어 차원에서 수질에 맞는 분석법과 소독방법 등을 연구했다"며 "이후 다른 물 관련 기관에서도 연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현재 제도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닌 이른바 '미규제 신종물질'을 분석,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가 대표적이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도시재난을 선포한 원인이 됐다. 2016년부터 분석을 시작, 서울시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걸 입증했다. 서울물연구원은 파울러자유아메바를 비롯해 160종에 달하는 미규제 신종물질을 감시하고 있다.

채수에 취수장 생물감시장치 모니터링과 기술지원 등 매번 현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그는 되레 반긴다. 그는 "원수에 유해물질이 유입되는지 살피고 정수장에서 직접 채수를 하면 분석하기도 좋다"며 "비온 뒤라 탁도가 높아졌다거나 다른 요인과 연계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그렇다. 이은숙 연구사는 "깨끗한 수돗물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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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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