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변호사의 재개발·재건축 이야기 (5)
재개발 종교시설 처리, 특별 취급 대상인가
재개발 정비사업 진행에 있어 종교시설 처리문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선 가장 큰 골칫거리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0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주민 99%가 이주를 마친 상황에서 정비사업 구역 내 위치한 사랑제일교회가 보상금 583억원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해 사업지연을 야기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에서 종교시설의 소유자(이하 종교시설)의 과도한 보상금 요구는 장위10구역 사례만이 아니다. 대다수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대토보상’으로, 종교시설은 조합에 토지면적 1:1 이전 부지 제공은 물론이거니와 건물 신축비용 그리고 별도의 이전 보상비까지 요구하고 있다.
종교시설의 ‘대토보상’은 관행적으로 요구되어 왔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이하 서울시 처리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현재 대토보상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위 처리방안은 명확한 기준이 없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빌미만을 제공하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종교시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다른 조합원들과 형평성에 반할 뿐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업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주는 문제를 야기한다.
■서울시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 대외적 구속력 없어
서울시 처리방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할 때 종교시설의 이전의 경우 기존 부지와 이전 부지를 맞바꾸는 대토를 원칙으로 한다. 현 종교시설 실제 건물 연면적에 해당하는 건축비용을 조합이 부담한다(종교물품에 대한 제작·설치비도 포함). 사업기간 동안 임시 종교시설을 마련하고, 이전비용을 조합이 부담한다. 종교시설은 이러한 서울시 처리방안을 근거로 대토 보상을 요구한다.
하지만 법원은 위 방안에 대해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 처리방안은 서울시 내부 방침에 불과할 뿐이고, 그 자체로 대외적,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개발사업 조합은 법률적으로 서울시 처리방안 내용대로 종교시설에 보상해야 할 의무가 없다.
■종교시설 소유자 특별한 취급 대상자라고 볼 근거 없어
재개발사업은 그 사업에 대한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조합설립인가 시점부터 구역 내 토지 등의 권리를 소유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원 지위를 부여한다. 이른바 강제가입제다. 따라서 종교시설 역시 조합원 지위를 취득하면서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여받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 시행방식을 관리처분계획 방식으로 정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의 종전자산(기존 토지 및 건물 등) 처리는 분양신청절차를 기준으로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손실보상절차를 진행한다. 그리고 분양신청을 한 자에 대해서는 종후자산(신축 건물)에 관한 배정을 하고, 그 배정된 종후자산과 각 조합원의 종전자산의 차액을 분담금(혹은 청산금)으로 정하는 권리변환 절차를 진행한다.
이러한 재개발사업 시행방식에서 종교시설에 관한 대토보상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도시정비법령에서 종교시설의 소유자에 대하여 주택이나 소유자와 달리 특별한 취급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종교시설은 토지등소유자로서 조합설립에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조합원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분양신청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현금청산자로서 손실보상을 받는 것이고, 분양신청을 하면 종후자산을 배정받고 종전자산과 종후자산과의 차액을 부담할 뿐인 것이다.
■보상요구가 강행되는 현실 속 명확한 기준 마련 필요
조합은 종교시설에 서울시 처리방안 내용대로 보상을 하거나, 특별한 취급을 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시설 소유자들 사이에는 1:1 대토(토지 교환) 제공과 건축비용 및 임시장소 비용 그리고 이전비용 등 지급에 대해 조합이 부담할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종교시설은 보상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종교단체를 동원한 압력을 행사하고 끊임없는 민원을 제기한다. 사업지연 그리고 난항을 우려한 조합은 결국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종교시설이 대토보상으로 받는 부지는 정비사업의 결과로 구획이 정리되고 정형화된 토지이고, 건물은 기존 지장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축하여 짓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토지와 건물을 제공받는 종교시설은 개발이익을 온전히 향유하게 된다. 여기에 종교물품에 대한 제작·설치비, 이주비 그리고 이전비용 지급은 현금청산자가 받을 수 있는 손실보상이다. 이와 같이 대토보상을 받는 종교시설은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개발이익과 현금청산자가 받을 수 있는 손실보상 모두를 가져가는 특혜를 갖는다.
이러한 종교시설에 대한 특혜는 결국 조합원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준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종교시설은 도시정비법상 한 명의 조합원이다. 한 명의 조합원을 위해 다른 모든 조합원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
현재 도시정비법령에서 종교시설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종교시설의 과도한 요구를 거부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최소한 법령 제정을 통해 종교시설에 대한 법적 지위라도 획일화한다면 과도한 보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종교시설에 대하여 현금청산자로 확정한다면 법규화된 손실보상을 통해 과도한 보상을 방지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으로 확정한다면 종교시설에 종전자산과 종후자산의 과부족액 등 개발이익을 부담을 명확히 해 조합이 과도한 보상에 따른 비용회수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방법이든 종교시설 소유자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