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비대면 서비스의 도약│① 독서문화 조성
휴관 중에도 대출 지속 … '하이브리드 서비스' 핵심
온라인 장점 수용하면서 정제된 정보 중시 … '찾아가는 전자도서관' 운영
2020년은 도서관에도 유독 힘겨운 한해였습니다. 도서관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임시휴관과 재개관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고 시행해야 했습니다. 2021년은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들이 새로운 서비스로 도약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일신문은 새해를 맞아 2020년부터 집중된 비대면 서비스들을 돌아보고 한층 이용자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도서관들의 서비스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2020년 공공도서관들은 제대로 문을 열지 못했다. 서울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이 '정상개관'을 한 날은 2020년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단 3일.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은 현재 5차 휴관 중이다. 휴관과 휴관 사이 부분개관이 4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그러나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휴관 기간은 2020년 2월 7일부터 16일까지 10일과 2020년 12월 2일부터 2021년 1월 5일까지의 30여일에 불과했다. 그 외 기간에는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독서환경을 제공,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도서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출 = 공공도서관들이 주력하는 서비스 중 하나는 예약대출서비스다. 도서관이 휴관을 한 가운데, 이용자들은 각 공공도서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책을 검색, 대출을 신청하고 도서관 1층 로비 등 지정된 장소에서 책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예약대출서비스를 통해 독서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립도서관의 경우 2020년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8350권,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1만1345권, 8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2만364권이 대출돼 총 4만59권이 대출됐다.
무인예약대출반납기를 통한 대출/반납도 운영됐다. 이는 이용자들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하고 자신이 찾아가고 싶은 무인예약대출반납기를 선택하면 사서들이 해당 무인예약대출반납기에 책을 제공해 이용자들이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성북구립도서관의 경우, 무인예약대출반납기를 통한 대출이 2019년 대비 2020년에 2.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공공도서관들은 스마트도서관을 설치, 운영했다. 스마트도서관이란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책을 검색, 대출, 반납할 수 있도록 설치된 기기를 말한다. 이진우 성북문화재단 도서관사업부장은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 공간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서들은 공간을 뒤로 하고 도서관 문 앞에 나와 예약대출서비스를 진행했다"면서 "무인예약대출반납기 등 기기를 통한 대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자책·오디오북 이용 늘어 = 2020년에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이용도 크게 늘었다. 강남구전자도서관의 경우, 전자책은 2020년 18만5770권이 대출돼 2019년 대비 30.95% 증가했다. 오디오북은 2020년 3만7263권이 대출돼 2019년 대비 1만9838권에서 87.8% 증가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의 경우, 전자책은 2019년에는 4만3964권(월평균 3664권)에서 2020년에는 7만6893권(월평균 6408권)으로 증가했다. 오디오북은 2020년 3월 처음으로 도입했음에도 3만8840권(월평균 3884권)이 대출됐다. 광진정보도서관은 2020년 8만7967권으로 2019년에 비해 전자책 대출이 31% 증가했다. 공공도서관의 휴관이 장기화되고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자책 대출이 증가했으며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대출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SNS 활용 확대 = 공공도서관들은 지속적으로 독서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2021년에도 비대면 서비스들을 확대할 예정이다. 조금주 서초구립반포도서관장은 "2020년에는 지역별, 인력규모, 재정상황, 전자자료 소장여부, 사서 적응역량 등에 따라 서비스 제공의 격차가 심각하게 나타났다"면서 "2021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서비스가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경진 마포중앙도서관장은 "온라인이 가진 속보성, 동시접속가능성 등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깊이 있는 사고의 확장, 정제된 정보에의 접근, 이용자 간 심리적 유대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책을 매개로 한 독서문화 활성화에 주목하고자 한다"면서 "독서동아리와 지역서점, 구립도서관을 연계한 '마포독서가문' 사업을 시행하고 유튜브 계정과 SNS를 활용한 다양한 책 관련 콘텐츠 제공, 주제별 북큐레이션 활성화에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재술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장은 "전자책 구입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지원기관들과 협력해 찾아가는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전자책 전용 기기와 도서관 전자정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기계를 임대해 전자책을 좀 더 친숙하게 활용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 = 아울러 공공도서관들은 비대면 서비스와 관련한 정책 변화를 제안했다. 오지은 광진정보도서관장은 "공공도서관은 어떻게 최신의 전자책을 간편하게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전자책을 읽기 위해 여러 개의 뷰어를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 등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와 관련해 정부, 출판계, 도서관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부장은 "'휴관'이라는 표현은 도서관이 문을 닫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도서관 서비스의 전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면서 "독서문화 조성에 대해 책을 몇 권 대출하는 등 양적 수치로 확인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시민의 삶과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도서관이 어떤 기여를 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