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수사 불응에도 구체화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국회의원 다 체포해” “총 쏴서라도 끌어내” 지시
김용현 공소장에 적시 … “경고용” 주장 정면 배치
12.3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 요구를 거부하며 조사에 불응하고 있지만 관련자 수사를 통해 그의 혐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내란 실행자들에 대한 수사 결과는 내란의 ‘몸통’으로 윤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27일 김 전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내란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지시에도 의원들이 국회 내부로 들어가자 윤 대통령은 국회에 출동한 군 지휘관들에게 직접 연락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라고 명령했다.
윤 대통령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냐”며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국회로 출동 중이던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도 연락해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후에도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확인도 안되는 거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명령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힌 이같은 윤 대통령의 행적은 그가 대국민 담화 등에서 강조했던 ‘경고성 계엄’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의) 목적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국방장관에게)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병력 투입 이유에 대해서도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윤 대통령은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을 뿐 아니라 이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까지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대변인을 자처한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이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다 정리해라”며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직접 지시한 사실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선관위 장악과 서버반출, 주요 직원 체포를 시도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준비한 송곳과 안대,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역시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어긋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 등과 여러 차례 논의했고, 11월경부터는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했다. ‘정치활동 금지’ 등 위헌·위법한 내용이 담긴 계엄포고령 작성에도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헌법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해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윤 대통령의 행위는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다수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여의도, 과천 등 일대의 평온을 해하고 국회의원 등의 신체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만큼 ‘폭동을 일으킨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12.3 비상계엄은 형법상 내란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같은 검찰 수사에 대해 윤 대통령측은 일방적 진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측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객관적 상황이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진술을 나열해 놓은 것”이라며 “진술 하나하나에 대해 진실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