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인터뷰 | 바이든 시대, 방위비협상 어떻게 될까

"동맹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우리 기여도 알려야"

2021-01-22 11:20:51 게재

새 정부와 한미동맹 이슈 전반 놓고 해법 모색해야

21일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로 표현되는 동맹 복원의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미동맹과 한반도 현안도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트럼프 시절 한국정부를 난처하게 했던 대표적 이슈가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다. 협상은 표류했고 2019년 말 협정 유효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폭 증액 요구는 계속됐다.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출신 연구자다. 지난해 6월말 국방부 기조실장을 끝으로 27년 공직생활을 떠났고, 현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며, 국방 안보 이슈 등에 대한 연구와 집필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달라질까.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이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지만 금액이나 구체적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속도를 내지만 협상 전략은 여전히 감춘 셈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일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대폭 양보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라면서 "방위비협상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이슈 전반을 놓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행정부에서 방위비 협상은 한미동맹의 큰 걸림돌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는데 방위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방위비 분담 문제는 정상궤도를 한참 벗어난 곤혹스러운 동맹 이슈였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동맹국의 무임승차를 비난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가하면 한·미 협상팀이 마련한 타결안을 백악관이 막판에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2019년에 이미 합의됐어야 할 제11차 SMA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일년 넘게 협정 공백 상태로 있다가 행정부 교체를 맞게 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으니 상황이 달라질까.

바이든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것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훼손된 동맹 관계의 복원이다. 민주당 정강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요구를 '동맹국 갈취(extort)'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였던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기에 타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대폭 양보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폄훼와 직설적 요구 방식은 전례가 없던 일이지만 사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압박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공공재 제공 비용을 이제 미국이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 공화를 막론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국내 경제 상황의 어려움과 중국과의 국력 격차가 좁혀지는 초조함 속에서 미국은 갈수록 동맹국들에게 안보비용 분담을 강조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쟁점에 대한 탄탄한 준비와 함께 동맹 이슈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전략 하에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분담금이 적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지금도 상당히 큰 부담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우리가 분담하는 방위비는 어느 정도이며 다른 동맹국들과 비교할 때 어느 수준인가.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분담 정도는 실질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18.6억달러, 한국은 8.5억달러, 독일은 5.9억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절대 규모 면에서는 일본, 한국, 독일 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규모(GDP) 대비 분담금 비중으로 보면 한국이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0.052%로서 일본의 0.037%, 독일의 0.01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능력 대비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분담하는 셈이다. GDP 대비 국방비 수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4%에 이르고 있어 1%대 수준인 일본과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한국이 미국에게 안보를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은 이 점에서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의 방위비 분담액은 2019년 제10차 SMA 협정에서 합의한 1조 389억원(9.4억 달러)이다. 이는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대비 약 45%에 이르는 수준이다.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 기여율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미 의회가 매년 주한미군에 배정한 세출예산을 보면 이 정도의 추산이 나온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비용의 거의 절반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1년 최초 방위비 분담을 시작할 때 지원금 규모가 1.5억 달러였으므로 지난 30여년 동안 약 6.2배가 증가한 셈이다. 참고로 동 기간에 주한미군 규모는 4만여명에서 지속 감소해 현재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방위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총액 문제다. 한미는 지난 2019년 7월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진행했고, 2020년 3월에는 협상단 간에 실무적인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2019년에 비해 13%를 인상한 합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협상 결과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0% 이상 증액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불승인했고, 이후 한미 간의 협상은 거의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총액 규모에 대한 양국 간 인식 차이와 함께 세부적인 쟁점이 있다. 먼저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이라는 새로운 항목의 인정 문제가 있다. 미측은 지난 제10차 협상 과정부터 소위 '작전지원'이라는 개념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방위공약 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소요를 폭 넓게 잡아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 훈련에 소요되는 병력과 자산의 수송 및 운용비용 등을 말한다.

또 한반도에 전개되는 각종 미 전략자산(전략폭격기 비행, 항모전단 파견 등) 전개 비용도 '작전지원' 개념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작전지원 성격의 비용 분담 요구는 쉽게 수용하기가 어렵다. 미측 논리대로 폭넓게 해석한다면 한반도 방위를 위한 비용 지출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군대의 주둔 비용에 대한 분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으로는 역외 미군 정비 지원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있다.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자산을 SMA의 예산을 활용해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증원이 계획돼 있는 주일미군사령부 소속의 미군 항공기가 이에 해당한다. 한미는 1989년부터 합의각서를 체결해 미 군용기 정비지원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도 F-15, KC-130J 등 주한미군에 속하지 않는 항공기를 한국 내에서 우리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창정비하고 있다. 지원 규모는 매년 일정하지 않으나, 연 평균 200억원에 가깝고 군수지원비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역외 미군 장비에 대한 정비는 문제 소지가 있다. 한반도 바깥에 주둔하는 미군 자산을 한국 비용으로 정비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지원'이라는 방위비 분담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미군 자산은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이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에 기여한다는 의미는 있을 수 있다. 또 정비 활동이 한국 업체에 의해 국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우리 국가경제에 환류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 역외에 주둔하는 미군 자산을 우리 SMA 예산으로 지원하는 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분담한다는 당초 SMA의 취지를 넘어설 뿐 아니라 한반도 내 배치되지 않은 전력까지 정비지원을 할 경우 그 경계가 모호해 방위비 분담의 끊임없는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도 분담하는 것은 당초 약속과는 완전히 다른 것 아닌가.

맞다. '사드 배치에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쟁점이다. 미측은 성주에 배치된 사드 기지 운영에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탄약고 신축, 도로 건설, 전기 및 상하수도 시설 등 공사비에 4900만달러(약 580억원)가 소요되는데, 이를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주 기지 부지개발 사업에 SMA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016년 사드를 배치할 당시 한미가 합의한 결과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한미 양국은 약정을 체결해 한측은 부지 확보 비용을 부담하고, 미측은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 비용 전반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미측이 요구하는 사드 기지 부지개발 비용은 2016년에 합의한 대로 미 국방부 군사건설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사드 체계도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자산이므로 미측 입장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사용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6년의 양국 간 합의가 분명히 있었고 이 문제로 인해 국내적 갈등 유발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분담금 협상이 매년 반복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나.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잦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년 협정을 맺는 것이 유리하다. 다시 말해 협정의 유효기간을 일 년 단위가 아니라 3~5년 등 다년으로 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방위비 분담 문제가 계속 시끄러웠던 것은 2019년에 일 년 유효기간의 단년도 SMA 협정을 맺었던 데서도 연유한다. 그때 다년 유효기간의 협정을 맺었다면 트럼프 시대의 방위비 압박을 한 차례만 치르며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1991년 이래 진행된 열 차례 중 가장 최근인 이번 10차 SMA만 일 년짜리 협정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2~5년의 유효기간을 둔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할 11차 SMA 협정에서는 총액 규모 못지않게 협정의 유효기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동맹 유지에는 비용이 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방위비라는 직접적인 재정 부담뿐 아니라 협상 논란도 일종의 비용이다. 미군 훈련에 따른 소음 문제나 기지 환경 이슈도 비용이고, 미중 경쟁 속에서 가해지는 선택의 부담도 넓게 보면 동맹으로 인한 비용이다. 동맹에 혜택만 있을 수는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방위비 분담 논란도 근원적인 해결이라기보다는 동맹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로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럽고 건강한 동맹 관계의 징표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 하에서 동맹으로 인한 이익과 비용을 점검하고 균형을 잡아갈 수 있는 우리의 의지와 역량이 아닐까 싶다.

■바이든 시대에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나.

우리 정부가 지난 일년 이상 치밀하게 협상에 임해온 만큼 협상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앞선 SMA 쟁점들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립과 아울러 미측에게 방위비 분담금 외에 한국이 기여하는 포괄적인 안보분담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측이 SOFA에 근거하여 주한미군에게 제공하는 각종 무상 지원만 해도 3조원이 넘는다. 토지 무상 공여, 기지 주변 정비, 그리고 각종 세금 면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카투사 병력지원, 평택 험프리스 기지 건설비용 부담 등도 10조원을 상회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무기도입 비용만 27.6조원(244억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이러한 직간접적인 안보분담 비용을 미측에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동맹국 의견에 보다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바이든 행정부에 우리의 동맹 기여도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부적인 협상 논리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바이든 신 행정부와 우리 정부가 어떤 전략과 기조 하에 동맹 현안을 다뤄갈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양국이 함께 조속히 풀어가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북핵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도록 여타 대북 정책의 조율도 서둘러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동맹의 역할, 한국 외교의 선택이라는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또 문재인정부 임기 내 완성이 불투명해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와 빨리 처리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는 이와 같은 동맹 이슈 전반을 놓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찌 보면 방위비 분담 협상은 이중 가장 조속히 그리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동맹 복원을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나 산적한 안보 현안을 풀어가야 할 한국 정부 모두 비용 문제로 갈등을 겪을 입장은 아니다. 한미 양국이 공통으로 당면하고 있는 도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가 공평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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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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