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주범 노후경유차
"노후경유차(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지역 확대 시급"
단계적으로 유사한 제도 정리할 필요 있어 … 지방자치단체 실행력 높일 수 있도록 고민도
지난해 주춤하던 미세먼지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올 겨울에도 이 같은 피해를 또 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세종 등 6대 특별광역시에도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주말·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 지역의 운행이 제한된다. 위반 시 과태료를 하루 10만원 부과한다. 단, 저공해조치 신청 차량 등은 단속에서 제외된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약 45% 높음)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평상시보다 강화된 배출 저감 및 관리 조치를 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2차 계절관리제를 시행 중이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란 △2006년 이후 강화된 제작차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제작된 경유차(2008년까지 생산) △1987년 이전에 생산된 삼원촉매장치 미부착 휘발유·액화석유가스(LPG)차량을 말한다.
◆지난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1944건 운행 제한 위반 적발 = 국가기후환경회의에 따르면 수송부문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의 29%(2016년 기준)를 차지한다. 특히 경유차의 경우 수송부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의 42%(4만3000톤)에 해당할 정도로 주된 오염원이다.
경유차는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발생 기여도가 전체 배출원 중 4위다. 하지만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오염도가 심각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기오염 노출연구(South Coast Air Quality Management District(SCAQMD, 2015), Multiple Air Toxics Exposure Study in South Coast Air Basin(MATES-Ⅳ))에 따르면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 기여도는 15%이지만 발암 기여도는 68%라는 결과가 있을 정도로 위해성도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경유차의 운행 패턴이다. 아파트나 주변 도로 등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특성상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19년 10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서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을 제안한 바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19년 9월 국민정책참여단 4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적용 적정 지역 범위는 수도권 전지역 및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가 43.3%로 제일 높았다. 이어 전국 22.8%, 미세먼지 관리가 필요한 특정 지역 1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든 차량에 대해 배출가스 등급표지(라벨링)가 가능하게 되면 운행제한 대상을 4등급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 수도권 지역에서만 우선적으로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그나마 본디 취지에 맞게 하는 곳은 사실상 서울밖에 없다"며 "인천이나 경기 지역은 예외 조항들을 적용해 올해 3월까지 유예기간을 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위임 사항인 만큼 얼마만큼 다른 지역에서의 집행을 독려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인천 경기 등이 운영 중인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제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인천시는 과태료 부과를 위한 사전통지기한(35일) 내에, 경기도는 31일까지 저공해조치를 신청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시는 11월 말까지 저공해조치를 하지 않는 적발 차주들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예정대로 부과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차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시행한 지난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1944건이 적발됐다. 지난달 적발건수는 하루 평균 1531건으로 계절관리제 운행제한을 처음 시행한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2605건과 비교하여 41%가 감소했다. 과태료가 실제로 부과될 차량 3만3682대 중 한번 적발된 차량은 1만9822대(59%), 2회 이상 중복 적발된 차량은 1만3860대(41%)다.
◆환경부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대 검토 중" = 송 처장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6대 특별광역시로 확대하자는 목소리들이 있는데, 단순히 확대로만 국한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후 경유차 상시운행제한제도(LEZ) 등 다른 유사한 제도들과 비교·분석, 어떻게 정리를 해나가야 바람직하고 효과적일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LEZ는 서울 전지역과 인천·경기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연중 상시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하는 제도다. 수도권 등록 5등급 차량 4만1000대가 적용 대상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한 정책은 사실상 거의 모든 게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중간 점검을 통해 정책 도입 대비 효과가 얼마가 있는지 확인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제도는 계절관리제 뿐만 아니라 비상저감조치 녹색교통진흥지역 대기관리권역 등 다른 제도에서도 시행 중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이란 서울 시내 15개 동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저공해 미조치 5등급 차량 132만대가 적용 대상이다. 대기관리권역이란 대기오염 우려 지역 관리 범위를 중부권 남부권 동남권 등으로 확대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운행차 배출허용기준보다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적용된다.
환경부는 "제3차 계절관리기간에는 수도권 외 지역에도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러 가지로 흩어져 있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제도를 합리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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