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도시를 살린다 | 서울 광진구 '미(美가)로'

침체된 먹자골목 '문화' 입혀 부활 시동

2021-04-23 11:20:34 게재

구의도시재생활성화사업 연계

첨단업무복합지구와 상생기대

"맥주나 와인과 달리 막걸리는 오래된 이미지가 강해요. 우리술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해요. 딸기 수박 같은 계절재료는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작가들과 함께 체험과 상품판매를 연계할 구상을 하고 있는데 그들부터 이동네로 끌고 오면 어떨까 싶어요."

서울 광진구 구의동 '구의도시재생지원센터'. 인근에서 도예공방과 막걸리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들은 센터 사무국 직원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직장인들의 회식거리로 손꼽혔던 '미(美)가로 맛의 거리'에 문화를 입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일대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다.

구의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사무국 직원과 상인들이 도시재생 공모사업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광진구 제공


광진구는 지역경제 전반을 활성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대표 골목으로 미가로를 꼽는다. 미가로를 포함해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일대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 동반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미가로는 광진구청 건너편에 1980년대부터 형성된 먹자골목이다. 음식점과 카페 노래방 등이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레 상권이 커졌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업체 수만 1088곳에 달한다.

한때 불야성을 이루던 골목은 서울동부지법과 지검이 2017년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전하면서 관련 업체와 사업체까지 급격히 이탈, 침체됐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상주 인력과 기관 방문자, 관련 업무 종사자까지 모두 빠져나갔다"며 "매출이 반토막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광진구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쇠퇴한 상업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상인과 주민 대학과 손을 잡았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한 '블록파티'가 그 중 하나다. 식당마다 대표 메뉴를 선보이고 전문가 주민 학생 등이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시식회와 공연도 더했다.

천편일률적인 먹자골목에서 벗어나 상권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역사회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가로 일대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주민들 의지와 열망에 힘입어 일대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중심시가지형으로 최종 선정, 2024년까지 2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을 미가로에 끌어들이기 위해 인근 건국대와 멀리 연세대까지 대학생들 아이디어를 모았고 주민들과는 지역의 현재를 공유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차없는 거리 조성, 야간 보행 안심마을 만들기, 구의역 하부공간 개선 등 인근 주민들 생활편의와 동네환경 개선 방향도 잡았다.

올해는 전통주를 매개로 한 '함께 나누는 우리술 이야기', 구의동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어쩌다 구의' 등으로 주민 역량을 키우고 미가로에 문화의 색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한다. 광진구 관계자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라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어 청년상인 유입이 가능하고 오래된 상가와 주택가 사이에 노포(老鋪)가 많아 기존 중장년에 더해 젊은 고객에게도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는 특히 동부지검·지법 이전 부지와 KT 부지에서 진행되는 첨단업무복합개발사업과 연계한 상생효과를 노리고 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구의역 일대가 공공·업무공간과 주거·문화·상업시설이 공존하는 신개념 첨단업무복합단지로 개발돼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중심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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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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