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유지 받들어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상속세 12조원, 지난해 국내 상속세 3~4배
개인소장 진귀 미술품들 '국민 품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사상 최대 상속세를 납부하고 거액의 사회공헌 기부를 결정했다. 고인이 강조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고 이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전개할 것"이라며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1조원을 사회환원하기로 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게 됐다. 기부금의 사용처를 감염병 대응과 어린이 지원으로 명확히 한 점이 눈에 띈다.
유족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뒤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이 가장 필요한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고 이 회장이 개인소장한 미술품 가운데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향상과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족들의 상속세 12조원은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고인의 유산중 상장사 지분 등 시가가 24조원대에 달한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강조한 고 이 회장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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