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쓰레기, 해양과학기술로 줄인다

2021-04-29 12:29:20 게재
박용주 해양과기원 책임기술원

일상생활에서 필수품처럼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구조적으로 분해가 어려워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바람이나 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부서지거나 잘게 조각나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생물에 섭취되는 경우도 있는데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식탁에 올라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티로폼 부표는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 부표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거나 수산물 양식에 필요한 부력을 유지하고 어구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발포 폴리스티렌(EPS) 부표를 연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비용이 저렴하고 부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파도나 충격에 잘 부스러지며, 제때 회수되지 않으면 해류를 타고 바다로 퍼져나간다.

해양쓰레기의 발생 원인을 보면 해외의 경우 육상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의 비율이 높으나 수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해양에서 발생하는 게 많다. 현재 미역·굴·김 등 국내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부표 5500만개 중 스티로품 재질이 3941만개로 전체의 약 7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스티로폼 대체할 친환경 고압력 부표 개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는 내구성이 강한 폴리에틸렌(PE) 소재에 자외선 차단제를 혼합해 친환경 고압력 부표를 개발했다. 부표 내부에는 에어캡과 에어스틱을 결합해 부력과 인장력, 압력을 높였다. 수압이나 파도의 충격으로 인한 파손 우려가 적으며, 자외선으로부터 마모를 방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민간에 이전되었고 기업의 매출증대와 정부의 양식장 내 스티로폼 부표 사용 제로화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쓰레기를 포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육상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나 산업폐기물 일부는 바다로 흘러들어오는데, 특히 홍수나 태풍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해상으로 쏟아진다. 또한 선박이나 어업활동 중에 발생한 각종 플라스틱류 폐타이어 등이 해양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부유성 재질은 시간이 흐를수록 바닷물을 머금거나 해양생물이 부착되어 무게가 증가하고 수중으로 가라앉아 수변을 오염시키는데, 가라앉고 나면 수거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해양쓰레기가 물속으로 가라앉기 전 빠르게 수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KIOST에서는 해양쓰레기를 대량으로 포집할 수 있는 처리장치를 개발했고 파일럿 테스트까지 완료한 상태다. 드론을 활용해 해양쓰레기 부유지점을 정확히 확인한 후, 쓰레기 주변으로 V자 형태로 포집장치를 설치한다. 최대 반경 7km까지 설치가 가능하며, 포집된 쓰레기는 예인을 통해 회수된다. 이 장치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기동성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파고를 7m까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안정성도 뛰어나다. 향후 충분한 실증 테스트를 거쳐 현장에 투입될 계획이다.

해양쓰레기 해결 위해선 국민 참여 필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해양쓰레기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됐다. 해양쓰레기는 발생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하나의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많은 국민의 문제인식과 참여가 절실하다. 미세플라스틱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스티로폼 부표 등 기존 오염원이 될 만한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등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