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를 위한 노동인권교육│인터뷰-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

"노동인권 감수성 높여야 노사관계 좋아져"

2021-05-04 11:48:36 게재

영세사업장,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에 집중 … '학습 휴가권' 제도화해야

지난해 10월 전국민 대상 고용노동교육의 중심기관 역할을 담당할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출범했다. 그 시작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1989년 10월 노사정 합의로 설립한 전문노동교육기관인 '(재)한국노사교육본부'다. 노사정 공동교육을 통한 갈등조정과 노동분쟁 완화 등에 초점을 둔 중립적 교육기관으로 활동했다. 1990년 9월 한국노동교육원법 공포에 따라 '한국노동교육원'으로 변경 설립됐다.

2008년 8월 이명박정부가 '한국노동교육원법'을 폐지하는 바람에 2009년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부설 고용노동연수원으로 바뀌기도 했다. 2020년 3월 한국고용노동교육원법이 다시 제정됐다. 교육대상도 노사관계 당사자, 고용노동 관련업무 종사자뿐만 아니라 전국민으로 확대됐다.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폭넓게 하기 위해서다.

독립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한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에게 고용노동교육의 전망에 대해 들었다. 또한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경기도와 선진국 사례를 살펴본다.

노광표(58) 한국고용노동연구원 초대 원장은│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KSLI) 창립에 참여해 2013년부터 7년간 소장으로서 KSLI를 이끌었다. 노 원장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부회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관광서비스산업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정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다. 사진 한국고용노동연구원 제공

■지난 30년 고용노동교육은 정권에 따라 부침이 있었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교육원) 설립 의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고용노동연수원 시기에는 전체 노동교육을 아우르는 센터로서 기능이 미흡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려면 노사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노동인권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곡된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상생하는 노사관계로 가려면 다양한 교육역할을 담당할 독립된 교육원이 필요했다. 협력적 노사관계는 전국민 노동인권 감수성 향상에 달렸다.

■오랜 기간 재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활동하다 정부 산하기관장을 맡았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제도권 바깥에서의 주장이 아닌 정부 정책으로 제도화하고 실현할 기회라고 봤다. 일부에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개혁모드에서 관리모드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노동개혁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현 정부가 기여한 측면이 많다고 판단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주요활동과 성과에 대해 말해달라.

독립기관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 먼저 조직혁신을 통해 법에 명시돼 있는 노동인권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종전 2본부 체계를 3본부 1실로 개편해 그동안 직무교육 중심에서 공공 부문, 민간 부문으로 노동교육 영역을 확대했다. 처음으로 여성본부장과 새로운 인권 감수성을 갖춘 젊은 노동인권교육팀장 등을 발탁했다.

또한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교육원의 위상 및 비전 그리고 역할을 정립했다. 다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올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고용노동 교육대상이 전국민으로 확대됐다.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우리나라 인구 5100만명 중 2700만명이 경제활동에 종사한다. 조직된 노동자는 230만명이다. 노동인권 교육에서 배제된 2000만명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그 핵심은 미조직 소규모 사업장, 소상공인,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하려고 한다. 노동인권 캠페인, 홍보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직장내 권위주의, 왜곡된 노동인권 가치관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플랫폼 노동자 등은 교육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74년 '유급 학습휴가에 관한 조약과 권고'(ILO 협약 제140호)를 채택했다. 독일 교육휴가법은 노동자들에게 1년에 1주일의 '교육휴가 청구권'을 부여한다. 사용자가 그 기간 임금을 지급하고 주정부가 교육비용의 80% 정도를 보조한다. 유급휴가제는 독일은 1965년, 프랑스는 1970년에 실현됐다. 우리도 학습 휴가권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공무원과 학교교원 노동교육과 고용부 근로감독관 직무교육 개선 방향을 설명해달라.

교육원은 주로 고용부 근로감독관과 학교 교원인 교장 교감 등 사용자 중심의 교육을 추진해왔다. 이들 교육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인 부분은 아직 미흡하다.

교장, 교감이 노동인권과 양성평등 인식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중요하다. 종전의 일방적 강의에서 벗어나 롤플레이를 통한 역할 바꾸기, 갈등상황 해소를 위한 모의교섭 등을 진행하면서 교원 간 갈등관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용부 직무교육 역시 소비자들의 높아진 권리의식이나 전문지식에 대해 대응능력을 높여나가기에는 교육 기간이나 방법 등에 한계가 있다. 유럽은 근로감독관이 되면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교육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감독관 교육기간은 3~8주로 짧다. 4~6개월의 전문가 과정을 만들어 교육기간을 확대하고 관련 내용도 심화할 계획이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직업계고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나.

최근에는 직업계고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중·고 학생들에게도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매년 평균 5만명을 교육한다. 벌써 7년째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중·고교생의 8.5% 정도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2곳에서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가 제정되는 등 노동인권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2022년 교육과정에 노동인권을 포함시키는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문제점은 없나.

지자체나 교육청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중첩돼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중복된 예산을 줄이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원이 고용노동교육의 허브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각 기관 교안을 홈페이지에 올려 교육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가을 쯤 노동인권 박람회를 열고 싶다. 전국 17개 교육청과 청소년 단체 등을 연결해 서로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비대면이나 화상온라인 교육 한계도 있다. 미래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이 일상화됐다. 미래교육은 이 경험을 겪은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의 효과성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고용노동부와 근로감독관 '학습조직운동'을 하고 있다. 교육원에 모아놓고 하는 게 아니라 자체 학습조직을 만들어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올해도 30~40개 동아리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필요한 학습교재나 강사섭외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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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김기수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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