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강' 낙동강 자정작용 되살리려면
8개 보가 낙동강 막은 후 매년 '녹조라떼' 몸살
5월 31일 함안보 '유해남조류세포수' 1654마리
낙동강은 원래 '모래의 강'이다. 4대강사업 전까지 낙동강은 풍성한 백사장 사이로 뱀처럼 구불구불 흘렀다.
낙동강에는 모래도 같이 흐른다. 모래톱이 풍성한 강에서는 물과 모래가 뒤섞여 흐른다. 갈수기엔 눈에 보이는 강물보다 모래톱 아래로 흐르는 물이 더 많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강물이 맑게 유지된다.
모래는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난 물질이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모래를 통과시켜서 만든다. 굵은모래, 중간모래, 가는모래 3단계 여과를 거쳐 흐르는 강물을 수돗물로 만든다.
◆"보 막으면 수질이 더 좋아진다?" = 4대강사업의 핵심은 준설과 보 건설이었다. 대규모 준설로 모래톱을 파냈고 8개의 보(댐)를 건설해 강물을 가두었다. 그 영향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환경부 수질측정망자료를 보면 4대강사업 전에 비해 상주 구미 등 낙동강 상류 수질이 전체적으로 나빠졌다.
'상주3지점'(상주시 낙동면)은 2008년까지 연평균 BOD 기준 0.9ppm을 유지한 1급수 지점이었다. 그러나 4대강 공사 이후 2013년 1.6ppm, 2014년 1.7ppm으로 악화됐다. 이 지점은 2020년까지 1.5ppm으로 여전히 1급수 수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시 취수지점인 '강정지점'(구미시 고아읍)도 4대강사업 전까지 연중 1급수(1.0ppm 이하)를 유지했던 곳이다. 그러나 2009년 1.2ppm으로 떨어졌고 2012년 1.4ppm, 2013년 1.6ppm, 2014년 1.8ppm으로 악화됐다.
이 지점도 2020년 연평균 BOD 1.5ppm으로 1급수 수질을 회복하지 못했다. 해평취수장 위에 있는 구미보는 담수 1년 만에 수문이 시퍼런 녹조이끼로 뒤덮였다.
◆녹조사태 반복되는 낙동강 하류 = 대구 화원나루에서 금호강을 만난 낙동강은 구미와 대구의 오염물질을 가득 머금은 채 부산을 향해 힘겨운 흐름을 이어간다.
대구 화원나루의 해발고도는 20여미터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해발고도 차이로 낙동강은 부산까지 흘러가야 한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흐름이 느린 구간인데 4대강사업 이후 달성보-합천보-함안보 담수로 낙동강 정체시간이 더 늘어났다. 녹조라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정체된 강물에 여름의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면 수온이 급속도로 올라간다. 수온이 올라가는 한낮에는 물 속에서 녹조 덩어리들이 뭉쳐지면서 뭉게뭉게 수면 위로 떠올라 물꽃이 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4대강사업 전에도 한여름이면 이 구간 낙동강에는 녹조가 종종 발생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매년, 상류 상주에서 하류 창원 본포교까지 거의 전 구간,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녹조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올해 기온이 크게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5월 31일 함안보에서는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1㎖에 1654마리까지 늘어났다. 합천보에서도 4월 12일 1763마리가 관측됐다.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1000마리 이상이면 조류경보제 '관심'에 해당한다.
◆낙동강 하류 수계만 2급수 이하 = 낙동강수계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대부분 BOD 1.0ppm 내외 1급수 원수를 상수원수로 공급받는다. △팔당호(서울 수도권) △대청호(대전 충청권) △용담호(전주 전북권) △동복·주남호(광주 전남권) 등이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환경부 수질측정망 자료를 보면 낙동강수계는 △대구(BOD 2.0~1.9ppm) △창원(BOD 2.1~1.6ppm) △부산(BOD 2.0~1.7ppm)의 낙동강물을 원수로 수돗물을 만든다.
BOD 수치만 나쁜 게 아니다. 구미 아래 낙동강은 여름에는 녹조류, 겨울에는 규조류로 뒤범벅이 된다. 여기에 구미·대구공단의 화학물질까지 더해진다. 지금 낙동강에 필요한 것은 강을 막는 보가 아니라 흐르는 강물과 풍성한 모래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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