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느 산판(벌목)업자의 증언

"국민 세금이 사방에서 줄줄 샌다"

2021-06-14 12:02:15 게재

벌기령(벌목연한) 낮춘 게 '싹쓸이 벌목' 원인 … "묘목 심어봐야 헛일"

4일 오후 강원도 모 지역에서 산판(벌목)일과 조림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자기가 벌목을 하고 다시 나무를 심은 현장으로 안내했다. 원래 상수리나무숲이었던 산을 벌목하고 다시 상수리나무 묘목을 심은 지 4년이 지난 곳이었다.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 벌목지. 7~8년생으로 보이는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정도로 관리하려면 나무를 심고 나서 4년 이상 여러차례 풀베기작업을 세심하게 해주어야 한다.


"여기 보세요. 묘목은 풀에 뒤덮여 한그루도 없어요. 여기 보이는 상수리나무는 다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에서 싹이 올라와서 자란 맹아림입니다. 저쪽 산은 아까시나무가 뒤덮었어요."

새로 심은 상수리나무 묘목은 5년이 지나도 60cm 이상 자라기 힘들고, 풀은 1미터 넘게 자란다. 반면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맹아는 1년에 2미터까지 자란다. 큰 나무뿌리가 땅 속에서 빨아들이는 영양분과 물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참나무류 맹아림이 발생하는 곳이나 아까시나무가 있는 산은 벌목 후 나무를 심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수천만원 국민세금 버리는 겁니다. 진짜 우리나라 산림사업 큰일입니다."

강원도 모 지역의 벌목 후 조림지. 상수리나무 묘목은 풀에 뒤덮여 한그루도 없고 보이는 상수리나무는 다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에서 싹이 올라와서 자란 맹아림이다. 조림 후 4년이 된 산이다.


■왜 이런 인터뷰를 요청했나?

이런 쓸데없는 행위를 하면서 국가 세금이 너무 많이 낭비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모든 게 도급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왔다.

■왜 벌목 후 조림이 부실하게 되는가?

1ha에 얼마씩 도급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청직원이 계속 나와서 감독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까 일이 부실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일당을 주는 방식으로 하면 나무를 정성껏 심을 텐데 면적 단위로 도급을 주니 자기 일당이라도 가져가려면 빨리빨리 면적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서두르다가 사고도 나고 일도 부실하게 된다. 나무도 많이 죽고.

■묘목 심은 뒤 4년 동안 풀베기 등 관리를 하지 않나?

지금은 그래도 묘목이 좀 보이는데 장마 지나면 풀이 커서 묘목이 보이지도 않는다. 기준목을 꽂아도 풀이 더 자라니 안 보인다.

풀베기도 면적당 도급으로 하니 예초기로 빨리 깎아야 하고 그렇게 하니 심은 나무 절반은 베어낸다. 원래는 낫으로 묘목 주변을 돌리고 나서 예초기로 깎게 돼 있는데, 그렇게 하라고 하면 일할 사람 하나도 없다. 일당도 못 버니까.

■요즘 들어 '모두베기'를 하는 벌목현장이 부쩍 늘었다.

벌기령(벌목기준수령)이 떨어진 지가 한 6~7년 됐나? 원래 낙엽송도 40년이었다. 소나무도 60년인가 되고 그랬는데. 10년씩 벌기령이 낮아지니까 벨 나무가 많아진 거다.

산 밑에서부터 모두베기를 하면 나무끼리 겹치지도 않고 잘 쓰러지고 아래로 실어나르기도 편하다. 목상은 목상대로 나무 수확량이 늘어나니까 좋고.

■벌목하는 시기도 중요한데 요새는 왜 사시사철 나무를 베는지.

목재로 쓸 나무는 물이 오르면 좋지 않다. 예전에는 산판 한다고 하면 낙엽 지고 나서 봄에 물 오르기 전에 했다. 그걸로 버섯목도 하고 소나무는 집 짓는 재목으로 썼다.

근데 요즘은 펄프재 펠릿 이런 거로 가니까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한여름은 너무 더우니까 조금 쉬는 정도다.

■모두베기가 아니라 숲가꾸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천연림은 숲가꾸기를 할 필요가 없다. 약한 나무는 저절로 도태된다. 숲가꾸기는 조림지 위주로 해야 한다. 한번도 숲가꾸기를 안해서 잣나무가 못자리 한 것처럼 서 있는 데가 수도 없이 많다. 대상지 선정이 안돼서 그렇다. 산림청은 담당부서에 대여섯명이 있으니 누가 일일이 돌아다니겠나.

언제 강원도 모 지역에 가서 숲가꾸기를 했는데 시청 산림과에서 퇴직한 사람을 촉탁으로 써서 대상지 선정을 정말 잘 했더라. 겨울에 발품 팔아서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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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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