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AI·빅데이타 활용, 직업훈련·자격검정 혁신
상담·데이터분석 전문인력 양성, 대국민 서비스 강화 … 자격검정 2023년까지 CBT로 대체
산업인력공단은 직업능력개발과 국가자격시험을 시작으로 해외취업·외국인고용 지원, 사업주훈련, 일학습병행 등을 수행하는 '일자리 지원기관'이다.
올해 3월 취임한 어수봉 공단 이사장(제15대)은 힌국기술교육대에서 교수로 10여년 재직했기 때문에 공단에만 제자가 100여명 있다. 또 전문가 회의나 프로젝트 등을 통해 간부직을 포함 300여명을 알고 있을 정도로 공단의 인적 구성도 잘 파악하고 있다.
어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고 올해를 디지털기반 업무혁신의 원년으로 삼아 공단의 능력개발정책 전달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를 담당하는 직원의 전문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주요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어 이사장은 "기존의 단순 업무에서 직업훈련, 자격검정에 대한 전문 컨설팅,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국민의 평생 고용역량을 강화하는 일자리 지원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공단 내부의 세대간 공정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지게차 타워크레인 등으로 인한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대부분 국가자격시험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어 이사장은 국가자격시험에서 안전교육이나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긴급 점검하고 있다.
■이사장 취임 100일이다.
코로나19로 해외지사는 못 가봤지만 국내지사를 대부분 돌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공단의 사업하는 방식과 문제점을 파악했다. 빅데이터 시대에 공단 시설이나 장비 인프라가 굉장히 뒤떨어져 있다. 먼저 직업능력개발·자격시험 인프라를 혁신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공단은 고용보험으로 재직근로자 훈련을 지원한다. 6000여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공단의 역할이 비용지급 등 집행업무에 치중돼 있다. 이런 걸 인공지능(AI) 등으로 대체하고 은행처럼 본부로 일원화하면 업무를 간소화, 효율화할 수 있다. 공단은 진짜 해야 할 중소기업 훈련 컨설팅에 집중하겠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이 중요하다.
매년 고용보험기금으로 훈련하는 중소기업 비율이 4%밖에 안된다. 고용보험이 1995년에 도입돼 26년이 흘렀지만, 한번이라도 고용보험기금으로 재직자 훈련을 시킨 중소기업은 30%정도에 불과하다.
근로자들은 나중에 실업급여 등으로 받아가지만 직업훈련기금은 사업주만 내는데 한번도 혜택을 못 받는 거다. 영세기업은 이런 제도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직·재직 여부, 사업장 소속 등과 상관없이 전 생애에 걸쳐 맞춤형 직업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가 있다. 이 제도를 차용해서 가칭 '기업형 일배움카드'를 만들면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이런 권리가 있구나'라고 알게 될 것이다.
■공단은 국가기술자격, 국가전문자격 검정도 주업무다.
국가기술자격 495종목, 국가전문자격 37종목에 대한 출제와 시행을 맡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공단에서 위탁받아 하는데 지난해 36만명이 점수했다. 수학능력시험 다음으로 많이 보는 시험이다.
지필시험은 시험지도 수십만장 인쇄해야 하고 이것을 전국으로 수송해야 한다. 주말마다 학교 등 시험장을 구해야 하고 시험감독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직원들이 수행해왔다. 현재의 지필시험을 컴퓨터기반시험(CBT, Computer Based Test) 확대, 유비쿼터스시험(UBT, Ubiquitous Based Test)으로 전환하고 있다. AI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문제은행식으로 전환한다. 현재는 50% 정도, 2023년까지 100% 전환하려고 한다.
■국가자격시험 부정 등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CBT의 장점은 컨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UBT가 되면 집에서도 볼 수 있다. 시험장 임차 문제 등으로 현재는 평일과 휴일 검정이 50대 50이다. 3년 뒤에는 휴일검정을 80% 가까이 올릴 예정이다.
CBT, UBT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강의실만 있으면 된다. 전국 6개 권역에 '디지털 국가자격시험센터'를 신설한다. 감독인력도 대폭 준다. 응시자는 시험 일시와 장소만 선택하면 된다. CBT 전환으로 절약된 예산으로 문제를 많이 확보하고 문제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직업능력개발과 자격시험 인프라를 혁신하면 인력 운영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이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직업훈련 상담 컨설팅은 물론 찾아가서 직업능력 진단 등을 해야 한다. 연간 400여만명이 자격검정시험을 보는데 100만명이 합격한다. 떨어진 300만명에게는 불합격 통보밖에 없다. 이들에게 학교 생활기록부처럼 불합격 사유를 분석해 전달하려고 한다.
문제는 공단에 직업훈련 컨설팅과 직업능력개발을 상담할 업무도 없고 전문인력도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평가사 사내 자격'을 만들고자 한다.
■올해 중점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예산을 확보해 전산 인프라를 갖추고 전산인력 양성은 물론 부족한 인원을 외부에서 충원하려고 한다. 공단의 Q-Net자격검정시스템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의 고용보험, 한국고용정보원의 워크넷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고 한다.
8월에 통합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면 취업이력, 임금수준, 훈련내용, 자격증 유무 등을 파악·분석해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이렇게 만든 데이터를 분석할 인력이 부족하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공단의 구조변경에 맞춰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7월부터 양성한다. 데이터 스트럭쳐(구조), 데이터 사이언스(과학) 30명을, 3년 내에 통계분석전문가 30명 등 6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부장실국장들은 6개월 코스 4차산업혁명 융합기술 과정을, 전 직원 대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나 통계분석 등의 학위과정을 교육지원비 등으로 전액 지원하려고 한다.
■자격검정 일부는 민간영역으로 넘기는 등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자격을 형태별로 보면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기기능사, 지게차 운전 등 면허시험이다. 면허성이기 때문에 민간에 넘길 수 없다. 두번째는 경력개발형 능력인정형 자격증이 있다. 국가기술자격증은 100여개 정도다. 용접은 용접기능사 자격증이 없어도 용접할 수 있다.
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사안은 반드시 국가가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요리·조리, 제과제빵, 미용 등은 굳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염색약 등 약품을 다루는 미용 위생사처럼 조리·제과제빵 위생사 등은 반드시 국가가 검정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나 미래 먹거리와 관계된 직종은 아직 협회도 구성돼지 않았다. 스마트 팩토리 운영기사, 빅데이터 분석기사 등은 국가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이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리할 때가 됐다.
■일학습 병행제를 국가주도로 하다보니 수요와 공급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독일 등은 상공회의소가 운영하고 돈도 기업이 낸다. 그러다 보니 수요자가 원하는 훈련을 시킨다. 우리는 기업이 안하니까 국가가 개입하게 됐다. 국가주도 훈련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배우러 온다.
커리큘럼이나 운영방식이 경직적이고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는 불만이 있지만, 1만700여개 학습기업, 11만명까지 양적으로 확대됐다. 이제 내실화할 때다.
독일 도제훈련의 '듀얼'은 '장소' 개념으로 두군데란 뜻이다. 학교와 직장이다. 독일 직업교육 철학은 보편적 근로자를 양성하는 거다. 산업별 인력양성 체제다. 산업이 필요한 근로자를 양성하는 것이지 그 기업에만 필요한 근로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산업과 학교 개념이 부족하다. 일학습병행은 우리와 비슷한 미국식으로 설계됐다. 이것을 보완할 체제가 독일의 지역마다 있는 '공동훈련센터'다. 독일상공회의소가 하는 역할을 공단이 직접 하려고 한다. 시범적으로 공단이 커리큘럼 등을 운영해 일학습병행 훈련의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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