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부정으로 부각된 일본 제조업에 드리운 그늘
①품질에 대한 자만
②조직에 대한 보위
③공장 노후화 가속
미쓰비시전기의 검사 부정사건이 일본 내에서는 '품질 제일'을 내세우는 일본 제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철도차량용 공조장치에 대한 품질 검사 부정 문제는 은폐의 어둠을 몰고 왔다"며 "미쓰비시전기의 체질은 심각하고 단죄돼야 하지만, 일본의 제조업에 소리없이 다가오는 3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우선 일본 제조업이 지나치게 품질에 대해 과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10여년 간 품질과 관련해 잇따라 사고가 터졌지만 최고경영자는 한입으로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2008년 발각된 신일본제철과 JFE스틸이 저지른 강관 데이터조작 사건과 2017년 세상에 알려진 닛산자동차 등에 의한 절차를 무시한 검사, 고베제강소의 검사증명서 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미쓰비시전기의 경우에도 스기야마 타케시 사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제품은 안전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면에는 '고객이 납득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처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요구되는 품질과 규격에 대한 검사 기준보다 자신들이 하는 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자만이 뿌리깊게 남아 있는 일본 제조업의 풍토를 지적하는 것이다.
여기에 현장에는 자기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닛산 등 자동차기업의 무자격 검사는 1979년부터 계속됐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국토교통성의 정기검사 때는 조직적인 은폐작업이 상시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는 기업의 본사와 현장과의 단절이 가져온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미쓰비시전기 부정사건에도 부각됐던 것은 현장 우선의 풍토다.
일본 제조업은 도요타를 비롯해 현장에서 '카이젠'(개선)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현장은 본사의 사무실에 있으면 구상할 수 없는 지혜와 경험이 공장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러한 현장 우선주의는 일본 제조업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관행이 지나치게 '조직 이기주의'로 흘러 불법과 부정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일본의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노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내에서는 '늙어가는 공장'이라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현장의 노후화이다. 닛산과 비슷한 부정이 발각된 완성차 업체 쓰바루의 문제도 원인은 설비의 노후화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상당수 일본의 제조업 설비는 버블경제가 붕괴한 1990년대 이후 노후화가 진행돼 왔다. 설비가 낡은 가운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람의 부담이 커진다. 인력의 부족에도 품질은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부정이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전기 등 명문기업에서 품질과 관련한 부정이 잇따르는 사태를 이제 간과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문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조업의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미쓰비시 공조장치 품질부정 사건 '일파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