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전 10분 안전점검'이 생명을 지킨다
추락·끼임사고 작년보다 증가
위험요인 숙지, 안전시설 확인
#. 화학공장이 밀집한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한가운데 자리잡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은 2002년 2월 12일 이후 단 1건의 중대재해도 발생하지 않은 사업장이다.
무재해 사업장인 이유가 있다. 매번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안전미팅'(사진)을 하기 때문이다.
이상근 환경안전실장은 "작업자들이 작업 시작 전에 작업에 어떤 위험성이 있고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안전미팅이 안전사고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 입구에는 '품질보다 안전'이 적힌 현수막이 맨 앞에 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사업장에서 안전에 대한 소통을 많이 했으면 한다"며 작업 전 위험요인 숙지, 안전시설 및 보호구 등의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작업 전 10분 안전점검'을 제안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잠정) 산재 사고사망자수는 지난해(470명)보다 4명 증가한 47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락·끼임 사망사고는 267명으로 전년(231명)보다 36명 늘었다.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래식 재해인 추락·끼임사고 예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용부도 올해 7월부터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중소 건설현장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추락·끼임사고 예방을 위한 일제 '현장점검의 날'을 격주로 진행하며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권 본부장은 "작업 전 10분 안전점검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현장관리자와 노동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면서 "추락ㆍ끼임을 예방할 수 있는 실천 안전수칙을 알리는데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업 전 10분 안전점검'을 통해 추락위험 요소인 △안전모·안전대 착용 △작업발판·안전난간 설치 △개구부 덮개 설치 등을 확인한다. 또 끼임사고 요소인 △덮개 울 설치 △정비·보수작업 시 운전정지 △잠금조치 표지판 설치 등을 공유한다.
안전점검은 아침 작업 시작 전, 점심시간 뒤 작업 재개 전 등에 하면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은 2000년부터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작업 전 10분 안전점검'은 외국 건설현장에서 시작된 TBM(Tool Box Meeting)에서 유래됐다. 작업현장 근처에서 공구상자(Tool Box)를 앞에 놓고 작업 개시 전에 감독자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모여 해당 작업의 내용과 안전에 대해 서로 확인하고 논의하는 활동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 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잊어버림(망각)은 당연한 생리현상"이라고 얘기했다. 산업현장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업현장에서 재해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위험 예지훈련을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 본부장은 "작업 전 10분 안전점검은 단시간에 재해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고 작업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게 한다"며 "올바른 작업방법 및 위험성에 대한 대처방법을 숙지하고 동료들과 위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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