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영주댐 내부 수질 황당한 '셀프조사'
내성천 수질 'BOD 0.1ppm'
수질분석도 '수공연구센터'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0.1ppm(W1 지점), 0.1ppm(W2), 0.2ppm(W3), 0.2ppm(W4), 0.2ppm(W5), 0.1ppm(W6)'
'영주다목적댐 건설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2013년)'의 수질측정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2014년 2월 제출한 것이다.
하천수질에서 BOD 0.1ppm은 거의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수치라는 게 수질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W1에서 W6 지점은 내성천 최상류도 아니다. 봉화읍을 지나온 내성천 중상류 6개 지점에서 어떻게 줄줄이 이런 수질이 나왔을까?
6개 지점 가운데 'W5 지점'은 환경부 수질측정망 '내성천-4' 지점과 같은 곳이다. 2010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내성천-4' 지점의 월별 수질데이터를 검색해보았다. 103개월 동안 BOD 0.1~0.2ppm을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수공 이외 기관 조사에선 이런 데이터 없어 = 도대체 어떤 기관에서 조사했길래 이런 데이터가 나왔을까?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부록'에 실린 조사자 명단을 보던 중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2013년 보고서 수질 분야 작성자는 영주댐 사업자인 '수자원공사'였다. 수질분석기관도 수자원공사였다. 채수(강물을 채취하는 것)도 수공 '영주댐건설단'이 하고 수질분석도 수공 수질연구센터가 한 것이다.
9년치 사후평가 보고서를 모두 분석해보았다. 분기별 수질조사에서 지점별로 BOD 0.1~0.2ppm이란 결과가 나온 보고서는 모두 수자원공사가 작성한 것이었다.
2014년 '한국환경기술개발(주)'가 작성한 보고서와 2018년 '케이비엔텍'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런 수질 데이터가 단 한 차례도 없다. 연평균 수질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2013년 수공 조사에서는 연평균수질이 BOD 0.5ppm으로 나왔는데 2014년 한국환경기술개발(주) 조사에서는 1.5ppm이다.
◆환경부, 9년 동안 보고서 공개안해 = 더 이상한 것은 보고서 공개 상태였다. 2019년 9월 6일까지 영주댐 사후평가 보고서는 2011년과 2013년 2년치만 공개된 상태였다. 2010년 보고서가 미공개 상태였으니 9년이 지났는데도 공개를 안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제55조 2(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등의 공개)에 따라 사후환경영향조사 보고서는 협의 후 7일 이내에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https://www.eiass.go.kr/)에 게시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운영지원팀에 직접 물었다. "업무가 많아 개인정보 삭제 등이 안돼서 아직 미공개 상태"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들었다. 국가기관이 법 규정을 위반하고 9년 동안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업무과다'라니.
결국 영주댐 사후평가 보고서는 2019년 9월 9일 오후 전체가 공개됐다. 이날 오후 '내성천 친구들'은 9년 동안 사후환경평가서를 공개안한 환경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9년 서울고등법원은 영주댐 철거소송 판결에서 "원고들은 환경부 수질데이터를 근거로 영주댐 하류 수질이 5배 이상 탁해졌다고 주장하나, 이는 2015년 6월에 일시적으로 높아진 수치에 근거한 것일 뿐, 그 외 시점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 데이터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을가 제7호증)"고 판결했다.
◆내성천 현장과 동떨어진 법원 판결 = 이 소송에서 재판부가 판결에 인용한 '을가 제7호증' 자료는 수자원공사 영주댐 수질측정자료가 아니라 환경부가 작성한 수질측정망 자료였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영주댐 철거소송에서 영주댐 수질이 아니라 내성천 전체 수질을 나타내는 환경부 수질 데이터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수질자료를 보고 "영주댐은 2011년과 비슷한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영주댐 사후환경영향평가서가 법대로 제때 공개되었다면 재판부가 "영주댐 일대 내성천은 2011년 데이터와 비슷한 수질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을까?
영주댐은 2016년 7월 처음 시험담수에 들어갔는데 2년 연속 녹조가 창궐했다. 결국 2018년 3월 담수를 완전히 중단하고 전량 방류했다. 4대강사업으로 쓸모없는 댐을 지었다는 걸 국민들이 다 알게 되었다.
"영주댐 수질악화 주장은 2015년 6월에 일시적으로 높아진 수치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던 재판부 판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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