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바다 영주댐

댐 상하류 전체가 '녹조바다' 이걸 누가 책임지나

2021-08-18 12:08:09 게재

'낙동강에 맑은물 공급'은커녕 내성천 모래강 생태계 '쑥대밭' … "건설목적 없어진 댐, 자연하천으로 되돌려야"

영주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 중하류 수질 개선을 위해 1조1030억원을 들여 2016년 건설됐다. 하지만 담수와 동시에 골치덩어리로 변했다. 극심한 녹조 발생, 하류 내성천 생태계 훼손, 흰수마자 급감 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담수만 하면 낙동강 본류보다 수질이 더 나빠지고 녹조가 창궐하니 건설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영주댐을 아예 용도 폐기하고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내성천 물이 막히면서 내성천 모래밭은 자갈밭, 풀밭으로 변했고,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 등 다양한 생물종이 댐 건설 도중에 이미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주댐 수몰지역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괴헌고택 등이 위치하고 있었다. 고택들은 평은면 금광리 산73 일대에 이전, 복원될 예정이다. 2014년 금강마을 발굴조사에서 금강사(金剛寺) 터와 가마터, 각종 건물 유구가 조사됐고 구리거울 등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적이 다양하게 발견되었으나 현재 모두 수몰된 상태다.

유사조절지 하류 영주댐 녹조. 이전한 평은면사무소 인근이다. 수몰된 농경지에 풀이나 나무 같은 식생이 자라고 그 식생이 수몰되면서 녹조가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내성천 상류 영주댐이 온통 녹조바다로 변했다. 유사조절지 상류부터 평은면사무소 앞, 원래 평은면사무소가 있던 송리원 일대, 평은역 앞 금강마을에서 댐 사이트까지 댐 수몰지역 전체가 온통 녹색바다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댐 상류 녹조현상을 지켜봤지만 댐 수면 전체가 진한 녹조로 뒤덮인 것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영주댐은 녹조 모니터링도 안하는지 환경부 '조류정보방'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8월 17일 현재 낙동강 수계에서 조류 경보가 발령된 지점은 부산시 상수원인 '물금 매리'밖에 없다. 조류가 관찰된 지점도 상주보에서 함안보까지 8개 보를 중심으로만 표시돼 있다. '조류항공영상' 서비스도 2020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물이 가득한 영주댐. '영주댐 시험담수'는 2020년 6월 수위 154.7m에서 발전설비 가동시험을 하고 2020년 9월에는 방류해 시험담수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로 돼있었다.


◆"갈수기 낙동강에 맑은물 공급" = 국토해양부는 2009년 6월 29일 영주 다목적댐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영주댐은 그전까지 '송리원댐'으로 불렸으나 영주시의 요청에 따라 마을 이름보다 대표성이 큰 영주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영주댐은 4대강 살리기 수자원 확보를 위해 경북 영주시 평은면(낙동강 지류 내성천)에 높이 50m, 길이 380m, 총저수용량 18억1100만톤 규모로 건설됐다. 댐 규모는 안동댐의 약 1/7 정도다.

국토부는 당시 "무엇보다도 영주댐 건설로 갈수기 낙동강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체 연간 2억톤의 용수가 공급되며 이 가운데 92%인 1억8600만톤이 낙동강 하천유지용수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갈수기에 최대 15㎥/초의 물을 공급해 경남 창녕군 남지읍 기준으로 BOD 0.27ppm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당초 국토부 수질 예측이었다.

영주댐은 유역면적 500㎢, 총저수용량 18억1100만㎥(톤), 용수공급량 20억3300만㎥, 홍수조절량 7500만㎥, 계획홍수위 해발 164.0m로 설계됐다. 당초 사업기간은 이명박정부 기간인 2009년에서 2014년, 사업비는 8380억원이었다.

2009년 10월 수자원공사가 환경부에 제출한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는 영주댐 수질을 어떻게 예측했을까?

평가서는 '영주댐 운영시 댐 수질변화 예측' 항목에서 "(2014년에서 2024년) 영주댐 내부 수질은 BOD 0.812ppm에서 0.809ppm, COD 1.886ppm에서 1.879ppm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6년 영주댐 완공까지 들어간 총 사업비는 1조1030억원에 이른다. 4대강 보 하나당 평균 1000억원이 들어간 것에 비하면 단위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 시공사는 삼성건설이었다.

영주댐에 수몰된 내매마을. 모래강 내성천은 연평균 수질 BOD 0.6ppm 수준을 유지하던 곳이다. 사진 남준기 기자


◆시험담수 직후부터 '녹조라떼' 몸살 = 영주댐은 시험담수를 하자마자 심각한 녹조 사태가 발생했다. 내성천은 연평균 수질 BOD 0.6ppm 수준을 유지하던 곳이다. 1급수 청정지역 내성천에 녹조라니, 처음엔 다들 눈을 의심했다.

녹조는 골재채취용 가물막이 등 강에 턱이 생긴 곳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몰된 농경지를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돼 결국 댐 전역으로 퍼졌다. 겨울이 돼도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고 검은색 규조류까지 더해져 온통 시커멓게 변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영주댐을 전량 방류했다. "녹조 등 수질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담수하지 말라"는 게 환경부 방침이었다.

수몰구간에 다시 강이 흘렀다. 영주댐 내부 수질은 저수율 0.3% 상태에서 BOD 3.1ppm(이산서원) → 3.3ppm(유사조절지) → 1.9ppm(옛 동호교) → 37.0ppm(옛 금광교 평은역 앞) → 6.7ppm(댐 사이트) 등을 기록했다. 중간중간 물이 고인 곳에서 녹색 강물은 보였지만 심각한 녹조는 없었다.

2019년 9월 후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영주댐 시험담수를 지시했다.

'영주댐 시험담수'는 2020년 6월 수위가 154.7m에 도달하면 발전설비 가동시험을 하고 다시 방류해 2020년 9월 초 시험담수 이전 상태로 회복하도록 계획됐다.

'발전설비 가동시험을 하지 못해 준공이 안 떨어진 상태에서 설비에 하자가 생길 경우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시험담수 논리였다.

◆"영주댐 시험담수는 준공 위한 것" = "2020년 8월 집중호우 때 영주댐 수위가 160.3미터까지 올라가 상시만수위에 근접했다. 수력발전용 설비도 정상작동을 확인했다. 시험담수는 그때 끝났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영주댐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9월 담수 이후 2020년 8월 홍수 때 영주댐 유역에는 638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댐 수위는 해발 160.3미터(저수율 78.4%)로 상시만수위 161미터(저수율 84%) 가까이까지 올라갔다.

발전설비 부하시험을 위한 정격수위는 154.7미터. 2020년 8월 10일부터 28일까지 최대출력 낙차 상태에서 발전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 검사에서 합격했고 성능검사 결과도 82.7% 이상으로 나왔다.

2020년 여름 홍수기 댐 안전성 검증과 모니터링이 끝난 뒤 영주댐은 물을 비우고 다시 자연하천 상태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주댐은 2020년 11월 중순에야 조금씩 방류를 시작했고 여전히 물을 가득 담고 있다. 2021년 8월 17일 현재 영주댐 수위는 152.25미터에 이른다.

◆"평화의댐처럼 홍수조절용으로" =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영주댐의 건설목적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며 "영주댐을 비우고 내성천 본래의 물 흐름을 되살려야 오히려 낙동강 수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도 "이렇게 심각한 녹조가 발생한 상태에서 모니터링만 한다는 건 문제"라며 "영주댐협의체가 되도록 빨리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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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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