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영국 정부 '공유감사' 제안에 공식적 반대 입장
시장 독점구조 깨는 개혁 추진에 "중복감사, 비효율성 증가" 반대
영국 정부가 상장회사 감사시장의 독점구조를 깨기 위해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형 회계법인이 함께 감사를 맡는 '공유감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지난달 마감한 의견조회에서 딜로이트(Deloitte), EY, PwC 등 빅4 회계법인 중 3곳은 "상장 대기업에 대한 공유감사 제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한 곳인 KPMG는 공유감사가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딜로이트와 EY는 단일 회계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감사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시장 독점을 억제하다는 데 더 낫다는 제안을 했다. 업계 5위 회계법인인 BDO 역시 '상장기업 감사 상한제'를 선호한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영국 기업에 대한 빅4의 시장점유율은 런던증시 상위 100대 기업의 경우 100%, 상위 250대 기업은 90%에 달한다. 이는 경쟁부족과 대마불사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대형 건설사인 카릴리언(Carillion)과 여행사인 토마스쿡(Thomas Cook) 등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재무제표를 인증했던 빅4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공유감사 계획은 영국의 회계감사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중소형 회계법인의 감사역량을 높이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증시 상위 350대 기업 감사에 빅4와 함께 중소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함께 지정해 감사를 수행하는 방안이다.
올해 3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발표한 이 같은 개혁안에 회계법인들은 대략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협의에 대한 의견조회에서 딜로이트, EY, PwC는 반대 의견을, KPMG는 "이 같은 조치가 감사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KPMG 영국의 감사본부장 미쉘 힌클리프(Michelle Hinchliffe)는 "공유감사는 회계감사 업무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 증대와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 영국의 대표이사 스티븐 그릭스(Stephen Griggs)는 "공유감사 실시가 실질적으로 어렵고 기업들이 영국에 상장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공유감사에 참여하려는 소규모 회계법인들이 충분히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