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델타 변이바이러스와의 전쟁, 그 끝은 어디일까

2021-09-03 10:53:32 게재
조용균 가천대길병원 내과 교수

지난 1년 6개월 동안 바이러스 전쟁의 희생자는 450만명이다. 기간을 감안하면 10년간 2800만명의 전투병력 사망자를 낸 양차 세계대전과 같은 규모의 희생이다. 특히 64만명이 사망한 미국은 20세기 두 번의 세계대전 참전에 따른 사망자보다도 10만명 이상의 시민이 코로나로 절명하였다. 설상가상으로 협상할 상대도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고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문제다.

최근에 감염 전문가들은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코로나의 종식은 없고 '위드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과 반년 전에 백신접종 초기의 희망 섞인 전망과는 다른, 매우 비관적인 주장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이유가 변이바이러스의 출현 때문이라고 변명하면 충분할까? 델타형 변이바이러스를 전파력, 증증도와 백신의 효과 세 측면에서 분석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 생각해보자.

전파력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백신접종이 시작된 작년 말에 비해 올해 6월에는 확진자 수가 평균 1/10로 감소하였다. 특히 접종속도가 가장 빨랐던 이스라엘은 한때 발생률이 1/500로 줄었지만, 접종 완료율이 60%에 도달한 지난주에 신규 확진자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올해 6월에 시작된 델타형 변이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초기바이러스의 2배이다. 환자수가 2배가 되는 기간(doubling time)도 반으로 줄었다. 발생환자의 규모는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므로 방역의 개입이 없다면 초기바이러스 1명의 환자가 한달 후에 16(24)명으로 늘어나지만 변이바이러스는 512(29)명으로 약 30배 증가한다.

변이바이러스 출현 초기인 6월에 국내 확진자는 약 500명이었고 8월에는 4배 증가한 2000명을 기록하였다. 같은 시기에 미국의 확진자는 12배 증가하였다. 국내 접종 완료율이 10%대에 머물고 있을 때 미국인의 약 50%는 접종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전파력은 우리보다 낮았을 것이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에 적극 동참하는 시민의 수준과 함께 미국이 거의 포기한 조기 시설격리, 접촉자 추적과 같은 적극적 방역의 효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중증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1년간 미국 내에서 60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최대 1만8000명이 사망하였다고 추정한다. 현재까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4000만명, 사망자는 64만명이다. 독감에 비해 대략 30배의 사망률은 진행 중인 대역병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며칠 전 영국에서 델타형 변이바이러스의 중증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알파형(영국형) 변이바이러스에 비해 중증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2배이다. 대부분 백신 비접종자였지만 일부 백신접종자에게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알파형 변이바이러스도 초기 바이러스(우한형)에 비해 중증도가 1.5배 높기 때문에 델타형의 중증도는 지난 1년 사이 확연히 증가하였다.

백신의 효과

지난주에 발간된 미국 CDC의 중간보고에 의하면 백신을 접종한 보건의료인력의 델타형 변이바이러스 전후 백신의 방어력이 91%에서 66%로 감소하였다. 요양기관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서에서 mRNA 백신의 방어효과는 75%에서 53%로 낮아졌다. 또한 변이 여부와 무관하게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력 저하에 따른 방어효과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중증환자 발생 가능성이다. 백신접종 후 중화항체의 감소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가능하게 하지만 다른 면역체계에 의해 보완되기 때문에 환자의 중증도는 크게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여러 자료를 참고해서 볼 때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에 중증질환이나 사망에 이를 확률을 1/50이하로 줄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델타형 변이바이러스는 초기 바이러스에 비해 높은 전파력과 중증도로 자신의 공격력을 강화하였다. 또한 인류의 가장 강력한 방패인 백신의 효과를 약간 감소시켰지만 사상자는 미미할 것이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백신 간접효과(전파 방어력)를 무력화하면서 재유행하고 있지만 직접효과(중증질환 방어력)는 뚫지 못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들이 방역의 강도를 낮추어 시민의 생계를 도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망

그렇다면 인류가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길은 요원한가? 그 시간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요인을 살펴보자.

첫 번째 비관적 요인은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코로나19의 변이 가능성은 계절 독감에 비해 낮지만 홍역과 소아마비, 천연두 바이러스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다는 점은 유행초기에 알려져 있었다. 신종플루처럼 현재의 백신에 전혀 효과가 없는 변종이 출현한다면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두 번째는 백신의 중증질환 예방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 경우다. 정기적인 추가접종이 일상화되고 고위험군에 대한 주기적 방역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취약한 환자들이 입원한 의료기관은 현재의 방역수준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낙관적인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간편 진단법이나 획기적 환자추적 시스템의 도입은 방역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와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으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 번째 요인은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비강 분무형 백신, 경구용 치료제의 개발 여부와 시점이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비강 분무형 백신은 바이러스 전파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고, 경구용 치료제는 사망률을 낮춰 계절 독감과 비슷한 질환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요인이다.

중립적인 요인으로는 전세계 백신 공급량과 접종률이 가장 중요하다. 독감 유행과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는 슈퍼전파자(super spreader)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2003년 사스코로나 유행 시기에 널리 알려진 이 특성은 2015년 국내의 메르스코로나 유행의 도화선이 되었다. 첫 환자가 28명을 감염시키면서 확산의 계기를 만들었고 그 이후 급속한 집단발병이 이어졌다. 지난 1년간 환자발생이 거의 없던 베트남과 대만의 최근 유행이 그 사례이다. 국내 발생을 통제하더라도 외부로부터 유입될 가능성이 있으면 언제든 재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안전은 전세계가 안전할 때 보장받을 수 있다.

천연두는 진단이 쉬우며 변이가 없고 백신은 저렴하면서 효과는 수 십 년간 지속된다. 또한 사망률과 후유증이 심각해 백신접종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류는 최초로 천연두를 퇴치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역병의 종식이라는 전략적 목표는 멀어져 간다. 대신 독감이나 홍역, 소아마비와 같이 인간의 통제범위 안에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목표가 될 것이다.

한국형 K-방역의 상대적 성공은 방역당국의 성실한 대응도 중요했지만 국민의 생명을 위해 생계를 저당 잡힌 중소상인들과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보건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밑받침이 되었다. 전략적 후퇴에도 불구하고 인명의 손실과 생계의 위기를 최소화하는 구체적 전술이 필요한 때이다. '지피지기'하더라도 모든 전쟁에서 절대적 승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