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바람직한 NFT가 갖추어야 할 조건
요즘 가장 뜨거운 단어가 메타버스와 함께 '대체불가토큰'(NFT)이다. 기업들이 NFT사업을 한다고 하면 주가가 급등한다. 미국 화가 비플의 'Everydays:The First 5000 Days'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판매되어 NFT 바람을 불러왔다.
우리는 새로운 과학기술 영역이 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블록체인 영역은 기술 신조어가 많고 세대교체가 더 빠르다. 최초의 블록체인 화폐 비트코인 열풍, 암호화폐공개(ICO)와 암호화폐거래소판매대행(IEO) 개념, FOMO3D 도박게임, 얼마 전의 디파이(DeFi), 그리고 지금의 NFT까지 모두 새로운 개념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투자광풍을 몰고 왔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NFT
NFT는 특정한 자산을 나타내는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파일이고, 각기 '고유성'을 지니고 있어서 상호대체가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을 가리킨다. 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대체가능한 토큰과 비교해서 나온 정의다. 따라서 NFT 개념을 이해하려면 먼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사용되는 '화폐'다. 결제할 때마다 비트코인 광부들의 검증을 받기 때문에 거래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된다. 모든 거래는 '비트코인 광부 안전인증' 도장을 찍은 것과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서 '안전인증'이란 무엇일까? 암호화폐의 기본규칙은 우선 '내가 비트코인이 하나도 없으면 당신에게 비트코인 한개를 줄 수 없다'이다. 이는 암호화폐의 핵심기능인 이중지불 방지다. 다음은 '광부들은 이 비트코인이 어디서 왔는지 구분하지 않고 어느 블록에서 파냈는지 구분하지 않는다'이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가모토 사토시가 그의 비트코인을 거래한 적이 있고, 거래한 사람이 다른 거래를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누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이 나가모토 사토시 것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다른 비트코인과 다르지 않고 일찍이 다른 비트코인과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비트코인의 동질화(Fungible) 특징이라고 한다. 즉 대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더리움도 비트코인과 유사한, 대체 가능한 속성을 가진 블록체인 통화다. 이더리움도 채굴자의 '안전인증서'를 통해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이중지불을 방지하고 균질화되어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블록체인의 고유통화 '코인'라고 한다.
2017년 열풍을 일으켰던 ICO는 바로 이더리움 기반의 ERC-20이라고 하는 프로토콜에 따라 누구나 동질화된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모아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토큰도 거래될 때마다 이더리움 채굴자의 '안전인증' 도장이 찍혀 있고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이 된다.
그러나 이더리움에는 ERC-721과 ERC-1155라고 하는 두가지 프로토콜이 또 있다. 이들에 의해 발행된 토큰은 ERC-20 프로토콜에서 발행된 토큰과 달리 동질하지 않다는(Non Fungible) 특징이 있다. 이러한 토큰을 대체불가능한 토큰, 즉 NFT라고 한다. 각 NFT에는 고유한 범주, 생성시간, 특별한 해당정보가 들어있으며 분할할 수 없다. 그러나 광부가 NFT 거래를 수행할 때 이중지불 방지와 같은 이더리움 통화규칙을 따른다. 즉 ERC-20에 의해 발행된 대체가능한 토큰과 마찬가지로 NFT에 이더리움 광부들의 '안전인증' 스탬프가 찍혀 있어 블록체인에 등록되고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가 보장된다.
정리하면 NFT란 특정한 자산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인증하는 디지털 인증서와 같다. NFT의 세계에서는 각각의 토큰(Token)이 특정 디지털자산의 소유권에 해당된다(고유성 부여). 이러한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며 해당 디지털 자산을 누가 만들었고 누가 소유하고 있으며 언제 누구에게 판매됐는지 등의 고유한 세부정보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소유권 판매이력 등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사람들이 NFT에 열광하는 이유
그렇다면 사람들이 NFT에 열광하고 NFT화된 상품가격이 하늘을 찌르는 논리는 무엇일까?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과거 열풍을 일으켰던 ICO에 대해 검토해보자. ICO란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초기 개발자금을 모으고 그 대가로 코인을 나눠주는 행위다. 이는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펀딩뿐 아니라 일반인들 대상으로 백서와 영상을 공개해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었다. 대부분의 ICO는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프로토콜로 발행되었다.
여기에서 먼저 ICO 발행 토큰의 논리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①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이 일에 C토큰이 필요하다. ②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사용하게 될 것이므로 C토큰 시장이 커질 것이고 앞으로 C토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③그러니 지금 C토큰을 사서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앞으로 C토큰을 팔 때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NFT는 무슨 논리일까? ①이 세상에 나만 갖고 있는 희귀한 것이 있는데 이것과 연결이 있는 N토큰을 발행할 것이다. ②이것은 매우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N토큰은 큰 시장을 가질 것이고 앞으로 N토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③그러니 지금 N토큰을 사면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이 두가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논리를 읽어낼 수 있다. ①C토큰은 아직 생성되지 않은 것에 해당하고 N토큰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해당한다. ②C토큰과 N토큰 가격은 모두 해당 '물건'의 가치와 미묘한 일치를 보인다. ③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이 '물건'을 살 것이다.
보통 우리는 무엇인가를 뜨게 하고 싶다면 아래와 같이 한다. 만약 그 '물건'이 아직 이 세상에 없다면 우리는 미래에 그것을 만들어 낼 것이고 지금의 모든 것보다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그 '물건'이 이미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 '물건'은 아주 희귀하다고 말해야 한다. 미래는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이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위의 C토큰과 N토큰의 두가지 논리 자체는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결국 블록체인이 없어도 대부분의 투자는 현실세계에서 이 두가지 논리를 기반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연계된 '물건'의 가치
주의해야 할 것은 ICO든 NFT든 핵심은 그와 연계된 '물건'의 가치다. 그 '물건'이 가치가 있다면 ICO와 NFT를 하지 않아도 현실 자본시장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기술이 그 '물건'의 가치를 추가적으로 줄 수는 없다.
NFT의 가장 큰 가치는 '디지털 자산 소유권'으로 인정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디지털 부동산이나 탄소배출권 같은 법적으로 소유권이 인정되고 권리와 이익이 증명되어야 하는 영역에서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탄소배출권은 실질적 가치를 가지는 경제적 자원이기 때문에 탄소배출권과 연동된 NFT는 가치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미국프로농구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하는 NBA Top Shot 같은 팬(Fan) 중심의 NFT화 성공여부는 해당 '사물'과 관련이 없으며 스타들의 '서명'에 해당할 뿐이다. 미래 가치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서명한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유명해질지, 그가 사용한 물건이 '고가'에 팔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