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진희 인큐텐 이사회 의장

"직접판매에 양방향 유통 도입 추진"

2021-12-27 10:51:21 게재

아시아권 최고 수익 사업자서 경영자로 변신 … 급성장 건강·헬스케어 시장 공략

아시아권 최고의 수익을 올렸던 직접판매(네트워크) 사업자(회원) 박진희씨가 최고경영자로 변신했다. 박씨는 최근 직접판매 기업인 인큐텐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이사회 의장에 취임했다. 업계에서는 직접판매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성공 경험까지 갖춘 그가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 최고라는 기득권을 버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회사를 사직하게 된 이유는 회사의 부조리함과 최고경영진들의 도덕성 결여 등 많은 문제점들이 수년간 누적됐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변화를 요구했지만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영진들과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글로벌 기업이 판매하는 건강식품의 경우 80~90%가 국내에서 생산된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브랜딩 효과다. 이들 기업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수입 또는 한국산 원료를 배합해 제품을 생산한다. 글로벌 기업의 제품이 국내 기업들에 비해 좋다는 것도 옛말이다.

인큐텐은 우리들제약으로 잘 알려진 60년 전통의 팜젠사이언스가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인큐텐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가능한 제품을 이미 생산·판매하고 있다. 제품군과 시스템 정비하고 내년 3월 공식출범한다.

■인큐텐의 주력상품은 무엇인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다. 화장품 브랜드는 피부를 힘들게 하는 합성화학성분을 배제하고 자연의 성분만을 담아냈다. 또 건강기능식품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한 특허물질과 국내 제약사가 보유한 제약기술을 적용했다. 이런 건강기능 분야가 인큐텐의 주력시장이다.

■유사한 제품군으로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강황에 포함된 커큐민 성분을 활용한 건강식품이 주력상품이다. 커큐민은 연구논문과 실험데이터를 통해 항암 항산화 항염 면역증진 항바이러스 등 40가지 효능이 입증된 천연물질이다.

강황에는 3% 정도 커큐민 성분이 들어있다. 하지만 커큐민은 생체 이용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우리 몸은 섭취한 강황의 1만분의 1 정도의 커큐민을 흡수한다.

이런 특성으로 강황을 커리나 향신료로 만들어 매일 먹는 인도인 정도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큐텐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팜젠사이언스와 함께 흡수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건강·헬스케어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통산업에는 유행이 있다. 최근 건강·헬스·노화방지 제품이 시장을 주도한다. 직접판매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10년 전 시장규모는 48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경제학자들 가운데서 10년 안에 80조원, 20년 후에 2000조원 이상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건강·헬스케어 제품의 65% 이상을 방문 또는 직접판매 기업들이 판매하고 있다. 제품 성격상 일정기간 먹어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인적판매가 중심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마케팅 확산 등 유통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직접판매 기법에 엘빈 토플러가 주장했던 '프로슈머'(Prosumer) 개념을 결합한 미래형 직접판매 기업으로 변화를 준비 중이다. 프로슈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된 개념으로 마켓플레이스 안에서 생산자가 되기도 하고 소비자가 될 수도 있는 일종의 오픈마켓이다. 온라인 플랫폼 중 쿠팡 11번가 지마켓 등이 여기에 속한다.

회원들은 인큐텐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자신이 생산한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수산업을 하는 회원은 인큐텐 사이트에서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판매하는 오징어를 다른 회원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공급자 스스로 판매가를 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것이다.

■한국직접판매사업자협회 설립에 앞장섰다.

나도 오랫동안 사업자로 활동했다. 여러 업체 사업자들에게서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도 회사 경영진 갑질을 경험했다. 자영업자인 사업자 개인이 회사의 부당 행위에 맞서기 쉽지 않은 구조라 단체가 필요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1995년 방문판매법이 개정되면서 직접판매 인센티브인 후원수당 비율이 판매액의 35%로 제한됐다.

제한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100만원 이상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조항은 130만원, 160만원으로 두번에 걸쳐 상향됐다. 기업들과 그들이 속한 공제조합은 매출과 관련있는 판매액 제한 규제 완화에는 발 벗고 나섰지만 사업자들의 권리와 관련이 있는 후원수당 규제는 외면했다.

후원수당으로 많게는 10여명이 나눠야 한다. 후원수당 제한은 불법다단계 업체들이 판치던 시절에 만든 제도다. 지금은 국민 의식도 높아져 불법업체들에 소비자들이 쉽게 속지 않는다. 품질이 낮거나 비싸게 팔면 기업은 물론 사업자 자신도 망한다. 이제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

단체를 구성하면 사업자 권리를 조금이라도 보호받을 수 있고 정부·정치권과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될 수 있어 앞장섰다.

■앞으로 사업자 단체 활동은 중단하는 것인가.

창립발기인이자 초대 회장을 했다. 이제는 경영자로 변신했으니 직접 활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계속 응원할 생각이다. 인큐텐에서 최고경영자로 새둥지를 튼 만큼, 사업자들의 성공을 위해 사업적 후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직접판매 노하우를 적극 공유해 최적의 사업환경을 만들어 함께하는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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