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 사회는?

2021-12-28 10:44:34 게재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올해 12월은 김정은이 집권한지 10년이 된 해의 마무리 시점이다. 김정은 체제가 본격 출범하면서 외부에 보여준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은하수 관현악단 공연에 등장한 미키마우스와 영화 '록키' 주제곡, 주민 대상 공개연설, 공식 석상에서의 부인 리설주와 동행, 주민들과의 과감하고 친밀한 스킨십 등 이전 시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거와 다른 모습은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기대하게 한 대목이었다.

2012년 4월 15일 김정은의 첫 공개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라 북한은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방침을 통해 경제개혁 조치가 있을 것임을 알렸고,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행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시장화로 인해 새롭게 구성된 인민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통치의 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회주의 문명국 담론을 강조했고, 도시를 재정비하고 위락시설을 건설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보이고자 했다.

국가경제 정상화를 위한 시도 성공 못해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의 정상화는 이루지 못했고, 인민들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회주의 문명국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단적으로 올해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5개년 전략의 목표가 미달되었음을 시인했고, 제8차 당대회 마지막 날 새로운 5년 간의 경제발전 계획을 내세우며 다시 한번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인민을 위한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도 결국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북한 주민의 삶 차원에서 지난 10년은 시장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시장을 통해 다양한 문물과 문화가 확산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통치 전략과 수단들을 (재)전유했다.

사회주의 문명국의 상징으로 건설된 아파트는 개인의 성공을 표상하며 사유화되었다. 북한 당국은 공교육의 복구와 교육에서 실리 추구를 위해 교육정책을 개편했지만 공교육의 복구를 위한 세부담이나 꾸리기 등의 비용은 주민이 감당해야 했고, 학교 교육을 통해 인재로 양성되기보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인민과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재현된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의 동행 모습을 본 북한 여성들은 최고지도자보다 리설주의 외모와 옷차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유행을 만들어갔다. 여성권리보장법의 제정, 어머니날 지정 등 북한 당국은 여성을 위한 여러 정책적 조치를 취했지만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며 여성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 당국의 의도와 주민의 삶 사이의 괴리는 점점 커지고, 국가에 충성하는 집단으로서의 인민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주민들 사이에서 소득과 소비에서 계층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경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삶의 가치가 되고 있다.

시장지향적 주민과 김정은 구상 사이의 간극

이처럼 주민의 삶과 가치는 시장지향적이고, 변화의 속도 역시 빠른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구상하는 북한 사회의 모습과 주민의 삶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변화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의식과 삶의 양태를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고,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성공해야 한다. 인민대중제일주의도 언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민대중제일주의가 현실화되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희생과 충성이 불가피하다.

결국 앞으로 10년은 희생과 충성을 독려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욕망을 인정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