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잠수함' 호주는 되는데 한국은 안되는 이유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핵잠수함 확보를 추진한 듯하다. 그런데 미국이 적극 반대했다고 한다. 반면에 2021년 미국은 영국 및 호주와 핵잠수함 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여기에서 의문은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에 반대하면서 호주의 확보를 적극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가 미중 패권경쟁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반면 호주의 확보가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미국이 핵잠수함과 핵무기를 동일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가 지구상에 출현한 1945년 6월 이후 국제사회의 핵물질 확산과 저지를 주도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마테 크뤠닉(Matthew Kroenig)이 쓴 '핵무기 수출: 핵무기 기술이전과 확산'(Exporting the Bomb: Technology Transfer and the Spread of Nuclear Weapons)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면 미국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조건을 구비한 국가에 핵무기와 핵잠수함의 획득을 허용해줄 가능성이 높았다.
첫째, 미국과 적(敵)을 공유해야 한다. 나아가 적과의 싸움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적이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유럽의 러시아, 동북아지역의 중국, 페르시아 걸프지역의 이란 같은 국가들이다.
둘째, 해당 국가로 미군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냉전 당시 미국은 미군의 평시 주둔과 전시 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던 서독 일본 한국 같은 국가의 핵무장에 극구 반대했다. 핵무장을 하는 경우 미군의 주둔과 진입이 불필요해질 정도로 이들 국가의 억지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이 핵무장을 허용한 조건
미국이 지구상 국가들의 핵무기 확산 저지를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든 1968년 이후 핵무기 획득에 성공한 국가는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북한뿐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적극 지원했고, 인도의 핵무장을 묵인했다. 전 미 대북특사 갈루치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이전인 2004년부터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이후의 보상'처럼 불가능한 개념에 입각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했다. 결국 미국이 암암리에 이들 국가의 핵무장을 지원한 셈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는 위 조건을 충족시킨다. 예를 들면, 냉전 당시의 소련과 달리 오늘날의 중국은 한반도의 휴전선이 아닌 자국의 광활한 해안을 통해 아태지역으로 세력을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미군이 중국의 세력팽창 저지를 위해 북한지역으로 진입할 이유가 없다. 한편 북한군의 경우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항공기, 전차 및 함정과 같은 재래식 무기에서 한국군에 밀리기 때문에 미군의 한국 주둔과 진입이 불필요해진다. 북한 핵무장은 주한 및 주일 미군 주둔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겨냥한 아태지역의 미 동맹체제를 강화시켜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과 더불어 핵무기를 허용해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호주가 미국처럼 중국을 자국의 주요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유사시 미군이 호주에서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미국은 한국에 미군의 평시 주둔과 전시 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핵잠수함과 핵무기를 보유하는 경우 더 이상 미국에 안보를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미군이 한국에서 불필요해진다. 또한 호주와 달리 한국은 중국을 주요 적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획득에 반대하는 것이다.
기준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익
오늘날 미국의 대전략 목표는 미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가의 부상 저지, 자유시장 경제체제 유지, 핵무기 확산 저지다. 여기서 첫째 목표가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패권국의 부상 저지에 도움이 되는 경우 핵 확산 저지라는 목표가 희생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패권에 도움이 되는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북한의 핵무장과 더불어 호주의 핵잠수함을 지원·묵인·조장했던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