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코로나 팬데믹 속 김정은판 새마을운동

2022-01-05 11:53:55 게재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

2022년에도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 결과 발표로 대체됐다. 이는 북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전원회의는 2013년 2016년 2017년 2018년 각각 한차례, 2019년 두차례, 2020년 한차례, 2021년 네차례 개최됐다. 2021년 내부적으로 긴급하게 토론할 일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 중앙당 결정사항을 구석구석에 전달하고 목표 관철을 독려하기 위한 세포단위까지의 다양한 강습회가 연속됐다.

북한은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고 공업에서 자력갱생의 핵심인 탄소하나(C1) 석탄석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2018년 이후 북한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제재 대상예외인 관광을 성장동력으로 삼기도 했다. 2018년 일부 대담한 논객들은 한국언론에 북한경제의 '단번도약'(The Great Leap Forward) 가능성까지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체제이행초기 개발도상국형 발전모델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평가했다. 자력갱생의 핵심이라던 C1 석탄석유산업에 대한 성과 발표도 없었다. 남북-북미 핵협상 실패, 제재, 코로나가 원인이 됐다.

2021년 2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평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한해 성과도 적고, 2022년 제시할 목표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삼농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로 하향조정

이번에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제시된 목표는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제'다. 그나마 코로나 봉쇄 속에서 농업 농촌 농민부문만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인한 셈이다. 경제전략 목표를 자력갱생 위주의 중공업발전과 개방을 통한 관광산업에서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농업과 경공업 발전을 통한 버티기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주요목표 중 하나는 식량문제다. 밀 같은 수입대체작물, 경공업 원료를 사용하는 공예작물 등 생산량이 다소 증가했고, 감자전분 같은 식량을 일부 수출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요인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보면, 식량문제 과업 이외에도 농업근로자의 의식 제고 문제와 함께 농촌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농촌건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농민을 지식형 근로자로 육성하고, 전국의 농촌마을을 새롭게 변모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외개방과정에서 김정은은 삼지연을 국제적 관광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대단지 고급 리조트 스키장 등을 건설했고, 2019년 12월 군에서 시로 승격했다. 삼지연 완공 이후 북한 매체는 영상과 화보를 통해 이를 선전했는데, 이번 발표에서도 삼지연을 전국 농촌 마을의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리상촌(理想村)으로 추어올렸다. 이를 모델로 제2, 제3의 삼지연을 10년 내에 전국 방방곡곡에 확산시키기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

체제이행에 성공한 베트남 중국은 집단농장 해체라는 농업개혁에서부터 출발했다. 북한도 포전담당제가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서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 세계식량기구에 의하면 북한 농업 인구를 39%로 추정하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적 봉쇄 가능성과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목표의 하향조정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분석된다.

포기할 수 없는 김정은의 '조선꿈'

박정희 시기 새마을운동은 농촌에서 생활환경개선 소득증대 의식개혁을 과제로 삼았다. 북한 노동당 제8기의 농업 농촌 농민 문제해결을 당면목표로 내세운 것도 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권위주의와 농업 개혁을 경제발전의 시작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박정희식 모델이나 중국 베트남 발전모델과 유사한 점도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세계경제의 고속성장 속에서 대외개방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현재 북한의 대외환경은 훨씬 열악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은 핵개발 이후 경제성장이라는 '조선꿈'을 제시했지만, 핵을 머리에 이고 경제적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재와 코로나 봉쇄 속에서 C1공업 발전노선은 목표달성이 어렵게 되었지만, 조선의 꿈은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코로나와 핵협상의 장기화에 대비해 농촌에서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