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를 빛낸 지자체 정책 | 서울 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뉴요커도 반한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2022-03-25 11:38:00 게재

코로나에도 공실 0%·매출증가 1위

민·관 협업으로 도시 지속가능성↑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에서 방문했는데 성수동이 정말 흡사하다고 해요.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특히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들이 너무 인상적이라네요.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지역인데 규모는 작지만 개성있는 점포들이 골목에 매력을 더하죠."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성수동 발전방향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설정하고 주민들과 협업해 도시 지속가능성을 높여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 구청장 뒤편으로 성수동 일대 지도가 보인다. 사진 성동구 제공


25일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가 건물주와 세입자, 상인과 주민들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자리잡았다. 공장지대에서 문화예술인과 복합문화공간이 어우러진 신도심으로 탈바꿈한 미국 뉴욕의 그곳처럼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수동은 공실률 0%에 카드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효과다.

성동구가 고민을 시작하던 2014년만 해도 둥지내몰림은 건물주와 세입자, 즉 민간과 민간의 문제로만 치부됐다. 다양한 구상을 한 젊은 상인과 예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해 거리가 활성화되고 나면 급격히 임대료를 인상, 세입자들이 내몰리고 결국 상권에 구멍이 뚫리는 일이 곳곳에서 반복됐는데 공공은 개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언론과 사회관계망에서 성수동이 '뜨는 동네'로 주목받고 둥지내몰림 징후가 포착됐다. 구는 주민과 상인, 지역 혁신을 주도하는 단체, 문화예술인과 머리를 맞댔다. 법령도 없는 상황에서 '지역공동체 상호협력·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둥지내몰림 방지 기반을 마련했다.

실효성 있는 규제와 유인책을 조화롭게 병행했다. 둥지내몰림 초기단계로 보이는 성수1가2동 일대는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해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입점을 제한했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신·증축때 '임대료 이행협약'을 맺은 건물주에는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상호협력과 상생을 유도했다. 건물주·임차인·성동구가 협약을 맺고 임대료 안정과 지속적인 상권 활성화에 함께 하는 방식이다. 지속가능발전구역에서는 73.3%가, 마장축산물시장 송정동도시재생지역 등까지 6개 구역까지 확대하면 850개 건물 가운데 501곳이 동참한다.

둥지내몰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는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안심상가'를 공급해 보완했다. 성수동만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유지하도록 붉은 벽돌건물을 유지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붉은 벽돌 지원 조례'를 더했다. 정 구청장은 "옛 공장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민간에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붉은 벽돌 때문에 성수동을 택한 곳들이 늘고 도시재생에도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주민들도 상생효과를 체감한다. 지난해 말 조사해보니 협약을 맺은 곳은 일반 상가와 비교해 임대료가 0.36%p 낮고 평균 영업기간은 27개월이 더 길었다. 정 구청장은 "상권이 활성화돼야 안정적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직접 참여해 성과를 일궜다는 뿌듯함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지역상권 상생·활성화에 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면서 성동구 방식이 전국에서 통용되게 됐다. 정원오 구청장은 "모두가 포기했을 때 정책화하고 모범사례를 만들어 정부 입법을 요청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미스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각인됐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는 "초기에는 입점제한 등을 빌미로 한 소송도 우려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건도 없었다"며 "이제는 다른 지자체도 법대로 하면서 편법과 사각지대를 막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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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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