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 친환경 활동으로 사회적 책임 강화
2030 탄소중립 목표 및 폐수폐기물 저감 계획 수립 … 제약·바이오기업 특화 ESG 가이드라인 준비, 공급망 업체에도 적용
◆코로나19 이후 ESG 가속화 = 25일 금융투자업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평균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 중립 혹은 그에 준하는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업계는 기후변화 문제와 인류 건강을 위한 친환경 활동과 책임경영,지역사회 공헌 등 ESG 경영을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2020년 주요 글로벌 제약사가 참여한 바이오파마 지속가능성 라운드테이블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반의 가이드라인 '바이오파마 투자자 ESG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2.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의약품·헬스케어 접근성과 의약품 가격결정, 기업윤리, 준법, 기후 변화, 임상시험 시행절차, 지배구조, 환경적 영향, 인력자원 관리(멘토십, 커리어 개발 및 트레이닝, 인재 모집 및 유지 전략), 혁신, 의약품의 환경 및 항미생물제 저항, 제품 품질과 환자 안전, 위험 및 위기관리, 공급체인 관리 등 제약바이오 분야의 ESG 중요항목 12가지가 제시됐다. 바이오파마 이니셔티브에는 미국의 암젠(Amgen),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 등 글로벌 제약사 및 자산운용사 등이 참여했다. 또 글로벌 헬스케어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 PSCI(제약 공급망 이니셔티브)도 있다. 여기엔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전 세계 50여 개 글로벌 제약사가 가입돼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SK바이오팜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가입했다.
한편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주요 공시표준에 덧붙여 UN에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분류를 기반으로 ESG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이중 84%는 GRI, SASB 또는 두 공시표준을 모두 활용하는 방식으로 ESG 보고서를 작성했다.
◆베링거인겔하임, ESG 평가 1위 = SASB가 지난해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점수를 분석한 결과 베링거인겔하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에는 바이오젠, 노보 노디스크, 노바티스가 뒤를 잇고 암젠, 길르앗, 바이엘, 로슈, 사노피, 타케다 등이 각각 뒤를 이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베링거인겔하임은 다양성, 포용성, 인권, 지역사회 관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부정적인 보도가 별로 없었다"며 "경쟁사 대비 현대적인 경영문화, 원활한 직원 커뮤니케이션으로 포용적인 기업문화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한 동물 백신 공장에 풍력 에너지 전환 등으로 점수를 얻었다.
바이오젠은 직원관계, 높은 고위직 여성 구성원 비율, 임상시험 중 높은 소수인종 비율 등 다양성과 포용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흑인 경제 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에너지, 물소비, 사업윤리, 인권, 지역사회 관계 등의 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노바티스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과 아프리카에서 유전적 다양성 협력 윤구 및 말라리아, 결핵 치료제 개발지원에 나서고 있다.
◆ESG 규제, 공급업체에도 곧 시행 =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의 ESG 대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생산에 따른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해 △탄소 배출 저감 △폐수 배출 개선 △폐기물 저감 등을 주요 이슈로 꼽고 있다.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북미 및 유럽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이미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탄소 중립, 물 중립, 플라스틱중립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 화이자(PFIZER) 등은 녹색화학 기반의 연구개발 활동 및 관련 이니셔티브 가입, 산업용수 재활용 등의 친환경적인 의약품 생산을 위한 노력을 홍보하고 있다.
사회 이슈로는 △의약품 접근성 △윤리경영 △임상시험 기준 △인적자원 관리 등에 집중하고 있다. 대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ESG 중 사회 관련 문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개선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다양한 접근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 접근성은 빈곤층, 개발도상국 거주자 등에 대한 가격접근성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취약한 의료 인프라로 인한 의료접근성 저하와도 연결되어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가별 약가 차등화, 의약품 기부와 같은 단순 지원 외에도 취약계층 의료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질병 예방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경우 보건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취약지역에 의료거점 시설을 구축하고 보건의료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격오지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덴마크 당뇨 전문기업인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퇴출'로 사회 문제 해결의 중요한 이슈로 설정, 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성재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윤리경영 관련 이슈에는 고질적인 문제인 리베이트, 담합, 정치권 로비, 컴플라이언스 이슈들이 언급되고 있다"며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도 리베이트, 담합 등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반부패 원칙과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는 지배구조(Governance) 분야에서 해당 기업의 ESG 행동원칙을 공급망 내 기업들에게도 적용할 계획을 강조했다. 이는 도입이 임박한 공급망 관련 각국 규제와 맞물려 납품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바티스의 경우 이미 2019년부터 자사 공급망 내 기업들의 재정, 환경안전, 정보보안, 노동자 인권, 뇌물, 품질관리 등 다양한 항목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그 실적을 ESG 보고서에 공개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원료의약품 주요 생산처인 개발도상국의 경우, 환경 및 인권 규제 외에도 의약품 불법제조 위조의약품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일부 업체들은 향후 공급망 재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지난해부터 공급망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 규제를 추진 하고 있다. EU 전체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는 2024년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독일은 가장 먼저 관련 법률을 도입해 내년부터 법률을 시행할 계획이다. 바이엘 등 독일 주요 제약사들이 소속된 독일의약품생산협회(BAH)는 공급망 실사 규제에 대해 우호적 이다. 일부 회원사들의 경우 법률 도입 이전부터 자체 관리감독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