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참사 "열악한 주거환경 원인"

2022-04-12 11:28:04 게재

시민단체 "스프링클러만으로 한계, 안전허가제 도입"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 화재로 숨진 2명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확인된 가운데 시민단체는 "고시원에 대한 주거·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1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70대 A씨와 60대 B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은 고시원 복도가 폭 1m도 안 되는 구조인데다 간이 스프링클러 방수량도 많지 않아 불길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사고와 관련 나눔과미래,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홈리스행동 등 1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2홈리스주거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취약한 주거가 또다시 참사를 불렀다"며 "고시원에 대한 신속한 주거·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과밀한 방과 좁은 복도, 탈출과 유독가스 배출이 어려운 창문과 같은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이 거주자 두 분의 생명을 앗아간 구조로 작용했다"며 "주거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스프링클러로는 고시원 생활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단체는 "2018년 7명의 희생자를 낳은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재발방지 대책으로 스프링클러를 올해 6월 30일까지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최소실 면적과 창 설치 등의 기준을 지자체 건축조례로 정하도록 했지만, 오늘 참사는 또 다른 참사가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홈리스주거팀은 "사고는 간이 스프링클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과신한 고시원 등의 비적정 거처의 주거 대책이 불러온 참사"라며 "일정한 주거와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주거용도의 임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사망자 2명의 부검을 의뢰하고 손상된 고시원 내부 폐쇄회로(CC)TV를 복구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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