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감독 '부실'

2022-04-12 11:26:23 게재

의뢰인 참여 차단, 감독관 의지에 달려 … 권리찾기 "집무규정을 개정해야"

#. 지난해 경기 남양주 진관산업단지내 ㄷ플라스틱에서 12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면서 1000여명의 노동자가 검진을 받았다. 격리해제로 출근했으나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된 난민노동자들이 임금체불 지급과 부당해고에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지난해 10월 서울 국회 앞에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기념 권리찾기유니온 특별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이 사업장은 1991년 설립돼 연 매출 337억원(2019년)에 달하는 중소기업으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산업혁신운동 우수기업으로 표창장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사업장을 쪼개고 한국인 관리자를 제외한 이주·난민 노동자를 무자료로 고용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5인 이상으로 의심되는 사업장 72개사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20개사를 사업장 쪼개기 등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발했다. 이들 사업장에서 5인 이상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등 52건의 위반사항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고용부 사상 최초로 불법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부실했다는 평가다.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권리찾기)는 1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짜 5인미만 사업장 제12차 공동고발 및 72개 사업장 근로감독결과에 대한 입장발표: 노동부가 필요합니다'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미등록 형태의 가짜 5인미만 사업장은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권리찾기는 고용부의 근로감독에 대한 문제점으로 △사업장의 노동실태를 분석한 의뢰인의 참여 차단 △근로감독관의 여건 및 의지에 따라 불안정한 감독 진행 등을 꼽았다.

ㄷ플라스틱에 대해 권리찾기는 "고용부에서 무자료인 노동자들에 대한 명부를 확보하지 못해, 퇴사나 해고 등으로 재직 중이 아닌 노동자들이 시정지시 대상에서 누락됐다"면서 "월 60만원이 넘는 숙식비 소급공제동의서 작성, 서명위조, 부제소합의서 작성 강요, 백지 서명 등 각종 법 위반 행위가 발생했는데 적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리찾기는 "사업주들이 가짜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 부족. 가짜 5인 미만 위장이 적발되더라도 사업주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사건이 제기된 경우에도 당사자와 합의를 하면 이후 가짜 5인 미만으로 여전히 위장 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용부가 적시한 계획 수준으로 대응하면 가짜 5인 미만 위장 및 근로기준법 회피 행위에 대한 위법성 인식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리찾기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의 '사업장 감독 범위'에 근로계약서, 급여대장, 급여명세서 외에 사업소득명세서, 사업자등록증(대표자 명의), 고용·산재보험 등 점검항목 추가를 주문했다.

이어 신고사건 처리에 있어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37조 2항(사건 유형별 조사 원칙)에 '상시 근로자의 수 또는 근로자와 계약을 위장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회피한 사건은 전담 근로감독관 지정 등을 통해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 신설을 촉구했다.

권리찾기는 오는 18일 고용부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감독 및 노동행정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날 권리찾기는 ㄷ플라스틱 등 11개 기업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고용부에 고발했다. 이주·난민 노동자 사례를 특별접수했다.

권리찾기는 또한 '가짜 5인 미만 노동자 연대기금'을 확보했다. 법률구제 착수금을 지원받은 당사자가 공동대응으로 승소하면 다시 그 지원금액을 연대기금으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언 사무총장은 '노동부가 필요합니다'를 상징행동 메시지에 대해 "부실한 근로감독을 꾸짖는 것이 오늘의 목적은 아니다"라며 "근로기준법조차 빼앗긴 취약한 노동자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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