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 시름 잊은 그곳, 주민·관광객 몰린다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
전망·문화·휴식 공간 더해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은 "그야말로 삶의 근심을 잊는 힐링의 공간"이라며 "중랑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름 그대로 근심과 시름이 잊혀지는 곳, 망우(忘憂)다.
18일 중랑구에 따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끌어간 선구자들이 잠든 망우역사문화공원이 거점시설을 품고 새롭게 태어났다. 전망대와 전시관 카페 등을 갖춘 중랑망우공간이 이달 개관하면서 '숲에서 치유하며 역사를 만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우리에게 '망우리'로 친숙한 곳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사후에 묻힐 곳을 정한 뒤 '이 땅을 얻었으니 이제야 근심을 잊겠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공동묘지로의 출발은 1933년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까지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수많은 이들의 안식처가 됐다. 1973년 더 이상 공간이 없어지면서 공동묘지로서 역할을 마무리했다.
수만기의 묘역으로만 인식되던 곳에서 '역사'를 찾아낸 건 중랑구다. 한용운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지석영 이중섭 박인환….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선구자들이 잠들어있다는 점에 주목해 역사문화공원을 목표로 가꿔왔다. 민둥산에 무덤만 가득하던 공동묘지는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산책로를 품은 공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서울시도 그 가능성을 보고 2013년 공원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했고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인문학길과 사잇길을 조성했다. 서울둘레길 가운데 조망이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중랑구는 2020년 7월 서울시에서 공원 관리권을 넘겨받고 지난해 7월 망우리공원과를 신설하며 행정력을 집중했다. 특히 주민 368명이 '영원한 기억봉사단'에 동참해 80여명의 선구자들 묘역을 돌본다. 중랑구 관계자는 "전에는 망우리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애썼는데 민선 7기에는 오히려 중랑의 대표 자원으로 격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마중물이 될 중랑망우공간이 이달 문을 열었다. 지상 2층, 연면적 1248㎡ 규모로 전망대와 홍보·전시관 교육실 등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전시·홍보영상을 만날 수 있는 열린 로비 '미디어홀'을 돌아서면 서울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묘역에 잠든 이들의 작품과 관련 서적까지 품은 갤러리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천재 화가와 조각가로 불리던 이인성과 권진규의 후손들이 작가의 지근거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증했다.
꽃과 나무 연못이 어우러진 정원에 공원 전경과 석양을 즐기기에 제격인 전망대, 망우리 변천사와 공원에 잠든 인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공간도 있다. 개관을 기념해 다음달까지 '뜻을 세우다 나라를 세우다' 특별기획전을 연다. 독립운동가 가운데 유관순 안창호 등 건국훈장을 받은 8명의 유품과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중랑구는 해설사와 함께 망우공간과 전시를 둘러보고 묘역 탐방까지 한번에 끝내는 '올인원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 현장체험학습과 연계한 청소년 체험과정도 계획 중이다. 가상공간(메타버스)에서도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만날 수 있다. 계절별 풍경을 즐기고 유명인사 묘역과 공원 탐방이 가능하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망우역사문화공원은 대한민국의 역사박물관이자 울창한 숲과 산책로가 갖춰진 소중한 자원"이라며 "자연과 공존하는 생명의 장소,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보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