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인구급감시대, 학제개편으로 미래교육 준비해야"
6-3-3-4 학제 바꾸고 유아교육 국가책임으로 … 중등-대학교육 경계 허물어야 인구 줄어도 생존 가능
2025년부터 바뀌는 교육과정은 학생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창의 융합 인재양성'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담고 시험운행 중이다. 하지만 대입제도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히며 창의융합교육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차기정부 교육부장관은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되는 17개 시도교육감, 7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여기에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의 생존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사회 균형과 공정성 확립, 미래사회 설계라는 국민적 주문도 교육부 몫이다. 초중고 수장을 지내고 대학을 지휘하는 교육행정 전문가에게 차기정부 교육의 혁신방안을 들었다.
"지식의 생명주기가 짧아 현 6-3-3-4학제로는 미래의 삶을 담보할 수 없다."
4월 28일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의 말이다. 우 총장은 "기술시대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한가지 전공으로는 평생 먹고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남대 총장 퇴임 후 대구시교육감을 두번 역임하고, 12년 만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다. 초중고와 대학 정책을 두루 경험했다.
우 총장은 "1951년 도입된 6-3-3-4 학제는 세상의 엄청난 변화에 불구하고 70년 간 바꾸지 못했다"며 "비대면 수업을 불러온 코로나19는 학제개편을 위한 좋은 기회였는데 문재인정부는 이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미래교육 설계에서 학제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사회를 꼽았다. '수업시수 190일'도 창의융합교육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지식 생명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데 초등부터 대학까지 16년을 학교에 잡아둘 이유가 없다. 대신 개인의 전문성은 더 늘려야 한다."
우 총장은 "이제 평생교육으로 편제해야 한다. 유초중고에서 3년만 줄여도 인구 10% 증가 효과를 가져온다"며 "정년을 늦추면 노사간, 세대간 갈등이 나타난다. 학제를 개편하고 입직(入職)연령을 낮추면 노동시간 3년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구감소와 산업사회 흐름에 맞출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이다. 아이들의 성장 발달과정을 분석해보면 초등입학 연령을 6세로 낮출 필요가 있다.
5세까지 하는 유아교육은 '유보통합'으로 바꾸고 국가책임제로 한다. 종합해보면 '5-2-2-3학제'가 되면 16년이 12년으로, 4년이 줄어드는 셈이다.
◆고등교육, 평생교육체제로 = 우 총장은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단절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창의융합 교육에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조국사태 이후 학종이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공정성 프레임'에 가둬 미래교육까지 불안하게 끌고간다는 것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려면 대입제도가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중등 교육과정은 학종으로, 입시는 정시중심으로 가는 엇박자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학종과 정시축소는 진보와 보수가 합의해서 만든 정책이다. 기초는 노무현정부에서, 실행은 박근혜정부에서 출발했다. 인공지능 창의인재를 부르짖으면서 언제까지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겠다는 건가?"
우 총장은 인재의 사회적 수요와 대학의 공급 곡선 불일치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생 인구는 27만여명. 평균 대학 진학률을 80%로 잡는다면 2040년 대학진학자는 20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전국 대학 정원은 47만명인데 수도권 4년제 대학이 13만5000명을,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20만명을 싹쓸이한다.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고 나면 지방대학은 어떻게 될까.
"이제 하나의 전공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갔다. 인구 감소 시대에 노동기간을 늘리려면 여러 전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이 평생교육체제다. 평생교육은 입학에서 은퇴까지 설계해야 한다. 그는 상위권 대학의 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 중심으로 개편하는 교육체제 변화가 교육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정책 수립에 부처간 융합을 강조했다.
또 "지방대학에 유학온 외국학생 부모들에게 취업비자를 주고,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영주권을 줘야 불법체류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불균형이 핵심" = 대학을 3학기제로 바꾸면 4년을 3년으로 줄일 수 있다. 우 총장은 대구카톨릭대 단과대학인 유스티노자유대학을 '1년 3학기-3년 졸업'으로 설계했다. 올해 신입생 252명을 다 채웠다.
복지서비스학과, 상담심리학과, 부동산경영학과, 경찰탐정학과로 학사 학위는 총장 명의로 나간다. 일반대와 사이버대 경계를 허무는 전국 최초의 사례로, 지방대 혁신으로 평가를 받는다.
"전국민의 30% 이상이 학부모다. 학부모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우 총장은 평생교육에서 학부모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평생 무슨 교육을 시킬 것인지 구체적 설계도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대구가톨릭대학은 예비부모교육 강좌를 개설해 내년부터 교양과목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재학생 1만6000명 학부모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냈다. 대학에서는 경증 발달장애 학생의 어려움을 알 수 없으니 자세히 알려달라고.
우 총장은 대학의 변화를 강조했다. 대학교육이 오히려 토론식 수업을 하는 중등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조차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래교육 핵심은 토론수업과 역량기반 교육인데, 교사로 임용된 후 전부 연수가 필요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는 대구시교육감 시절, 교사임용고사의 면접제도를 바꿨다. 면접에서 협력수업을 시연시키고, 인문학과 상담 면접을 통해 교사를 선발했다.
"좋은 교사를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한데, 인성을 테스트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인문학 면접을 시작했다."
그는 위기가 닥치면 항상 자신을 벼랑끝에 세운다. "코로나19와 인구급감 시대에 교육이 사는 길은 무엇인지, 코로나 이후 교육의 방향과 실행력을 설계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진보-보수 논리에서 벗어나 교육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대구 교육감 시절 그는 교사들을 신뢰의 무대에 세웠다. 학교폭력, 피해자 치유와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손잡고 학교 담장을 낮췄다.
우 총장이 차기 정부에서 '교육청소년부'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영호남 갈등 문제로 의제를 설정하면 안된다. 국민통합의 과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불균형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4차산업과 인공지능이라는 문명사적 요구와 학령인구 감소, 팬데믹 등에 따른 새로운 교육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공생과 협력, 융복합을 교육의 지표와 가치로 삼기 위해, 중등교육 학제개편과 대학의 평생교육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