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통합돌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대폭 늘려야

2022-05-20 11:24:38 게재

탈시설화 앞서 주거지원 먼저 확대해야 … "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제도화 필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돌봄서비스가 국가적 과제로 진행 중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2007년) 도입을 시작으로 장애인시설 혹은 재가 이용서비스의 체계를 갖춰왔으나 일상의 생활욕구를 만족시킬 다양하고 서비스 제공은 여전히 미흡하다. 원치 않는 시설거주 선택이 불가피한 다수의 이용자가 있다.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 지역사회의 노력과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장애인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을 2곳 지역자치단체(제주, 대구 남구)에서 진행했고 올해부터 3년간 탈시설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해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지원사업을 시작한다. 다양한 형태로 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 모델을 모색 중이다.
향후 장애인이 온전히 지역사회에서 삶을 누릴 수 있는 통합돌봄서비스 환경을 어떻게 구축해나가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제주시 장애인통합돌봄 선도사업에서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체험 홈데이 모습. 사진 제주시 제공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수는 2021년 기준 264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지역사회 거리에서 상점에서 직장에서 장애인을 만나기는 어렵다. 대부분 장애인은 시설 안에서 거주생활하거나 '집콕' 혹은 집과 장애인 학교-복지관 등을 오가기 때문에 비장애인의 눈에는 장애인이 드물게 보인다. 이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환경 탓이기도 하다.

정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의료-복지-주거-요양서비스를 통합 제공하자는 방향 속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량은 불충분하고 제도 연계 조정도 이뤄지지 않아 분절적 서비스 제공 행태는 여전하다.

이한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18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공급량 확충이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오욱찬 보사연 장애인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18일 "장애인 탈시설화 로드맵이 나오고 정책 방향이 정해져 다행"이라면서 "탈시설정책의 본격 시행에 앞서 주거지원의 선제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분한 예산 확보해 개인 맞춤형 지원 기반 갖춰야 = 이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재가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해 활동지원서비스 공급량 확충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현재 기능제한 수준이 가장 높은 장애인의 월지원 한도액은 일평균 16시간 수준이다. 서비스량이 불충분하다.

이 부연구위원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추가급여를 받고 있는 활동지원 급여 24시간 이용자가 국고보조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야간순회방문서비스와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이용자는 필요에 따라 24시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제주시의 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에서 진행한 장애인 주거 미끄럼 방지 사례. 사진 제주시 제공

최중증 장애인의 돌봄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과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사지마비 와상 등 신체장애인과 도전적 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은 활동지원사의 돌봄제공 기피로 장기간 서비스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서비스 난이도 높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가산급여(2022년 2000원)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활동지원사 두 사람을 배치하는 등 지원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 부연구위원은 윤석열정부가 '개인예산제도 도입'을 국정 과제로 정함에 따라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 기능-가구상황-욕구를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우선 대상으로 개인별지원계획을 제도화하고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선 현행 바우처서비스와 보조기기 교부, 양육지원서비스를 급여범위로 하고 향후 장애 관련 필요성이 인정되는 포괄적인 서비스로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 △시군구의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과 승인 평가 기능을 통해 사례관리 실질적으로 작동 △서비스 자원의 연계와 조정 기능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개인별 예산 할당을 통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시설화 자립환경 갖춰지면 탈가족화도 지원 = 장애인이 탈시설화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안착하기 위한 탈시설화 정책의 본격 시행에 앞서 주거지원을 선제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탈시설 로드맵을 지난해 8월 발표했는데 계획보다 상당히 늦어졌고 시범사업으로 인해 실제 탈시설화 사업은 2025년으로 미뤄졌다.

오 연구위원은 "로드맵이 나와 다행이지만 이미 2019년 7월부터 거주시설 입소자격이 엄격해지면서 시설에 입소하고자 하는 장애인이 입소를 못하고 누적돼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입소하지 못할 경우 공동생활가정이 현실적인 대안인데 2025년 이후 확대 시기가 미뤄지면서 탈시설화 정책 추진과정에서 서비스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공동생활가정은 2012년∼2020년 사이에 87호(연평균 11개소) 증가하는 데 그쳤고 최근에는 거의 정체 상태이다.

탈시설화 정책이 본격화되는 2025년부터 연간 200호 이상 공동생활가정과 700호 이상의 지원주택이 필요하다.

오 연구위원은 "단숨에 그 정도의 주택 공급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며 시설 입소 수요가 누적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공동생활가정 확대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탈시설 장애인 지원체계가 성숙되고 퇴소 장애인의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시점에는 탈시설 장애인 지원체계를 탈가족 지원체계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오 연구위원은 "장애인 탈시설화 과정은 오래 걸릴 것이다. 자립장치가 마련된다면 가족으로부터 독립생활을 원하는 장애인의 탈가족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시설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주거지원 △주거유지서비스 △사례관리 등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 장애인에도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원, 안정성 편의성 높여야 =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거의 안정성과 편의성이 확보돼야 한다.

19일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앙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 팀장에 따르면 장애인의 주거안정성 확보를 위해 장애인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을 '우선 순위'로 하는 주택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분양주택 장애인대상 특별공급, 영구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다가구매입임대주택 등 주택공급 △주거급여, 주거안정월세대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내집마련 디딤돌대출 등 주거비 지원 △수선유지 급여, 지자체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주택개조지원사업이 해당된다.

또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주택의 특성상 지역의 중심가보다 주변부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근린시설이나 편의시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일반 아파트 단지 안에 취약세대를 일정부분 할당하는 대안이 제기된다.

주거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립생활체험홈이나 지원주택, 케어안심주택 등을 통해 다양한 주거관련 서비스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주택 정보제공이나 이사 지원, 가구와 생활용품 지원, 주택의 수리나 보수지원, 일상생활기술 지원이나 훈련, 청소나 세탁 대행, 시설안전관리지원, 관련 서비스 연계, 사회참여활동 지원 등이 포함된다.

서 팀장은 장애인의 주거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이 부담 가능한 주택제공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며 "개인별 필요에 따라 주거유지서비스 제공, 주택개조 지원과 지원주택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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