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강공에 민주당 '무기력' … 인사청문회 오히려 '실점'

2022-05-23 11:30:58 게재

'0.73%p 함정' 빠져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

이재명·송영길·윤호중 재출격, 스텝 꼬여

"선거운동 초점, 중앙에서 지방으로 옮겨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강공에 더불어민주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줄곧 끌려 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강성지지층만 보고 중도층 확장을 외면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패배의 책임자인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지방선거를 주도하면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민주당에게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대선 0.73%p 차이의 패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스스로 위안을 삼은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울산서 지원 유세│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 거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 6.1 지방선거 나서는 울산지역 후보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2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민주당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을 국민들은 대선불복으로 본다"면서 "인사청문회도 발목잡기로 이해하고 대선 패배의 최대 책임자인 이재명 후보가 보궐선거에 나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을 이끌고 인천에서 계속 국회의원을 했던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고 또 대선 지도부인 윤호중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상황에서 상대 당을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패배 원인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기 어려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날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병관 후보를 지원하면서 "지역일꾼으로 부름 받은 지 2년 만에 다른 일 해보겠다고 도망가는 그런 분과는 다르다"며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를 비판하려는 의도였으나 이는 성남시장, 경기지사로 분당에서 살고 있었던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와 함께 인천 계양을 지역구를 내놓은 송영길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을 동시에 반대하는 꼴이 됐다.

윤석열정부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가부 폐지 주장이나 2030 남녀 편가르기 비판, 성상납 의혹 역시 '박완주 성비위 사태'로 강도높게 손 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청문회에서 쏟아낸 '아빠 찬스' 비판은 실형까지 선고받은 '조국 사태'를 재소환했고 행인의 욕설을 지적하며 '불법'을 언급한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형수 욕설'을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리기도 했다.

야당에게 큰 기회의 장인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한동훈 잡기'에 나섰지만 '이모 발언' 등으로 웃음거리가 된 채 마무리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사위에서나 의원님들이 일부 자료를 잘못 인용하거나 언급한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짚을 건 짚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민들이 보기에 그런 문제가 있는 문제투성이의 인사들까지 확실하게 국민여론이 아주 압도적으로 부정적으로 만들면 대통령도 임명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그렇게 못한 것에 대한 한계는 있었다 이렇게 평가한다"고 했다.

◆여의도 문법과 다른 윤 대통령 행보 = 한덕수 총리 인준과정은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실패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의도 문법에서 다소 벗어난 '윤 대통령식 행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정호영 낙마'를 주문했고 여당에서도 같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의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 한 총리를 인준해줄 만한 '명분'을 주지 않은 채 정면 승부를 선택한 셈이다. 결국 지난 20일 민주당은 뒤늦게 상대방의 행보와 무관하게 한 총리 인준 여부를 결정해야 했고 오랜 시간 격론 끝에 투표까지 부쳐 '인준 당론'으로 매듭지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생각해 '부적격하지만 인준해줄 수밖에 없는' 자기모순을 해명해야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또 윤석열 비서실에서 어떤 성의 있는 조치, 우리가 표현하는 정치적 환경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 어떤 반응도 없었다"며 "가령 국회를 보다 정상화하는 문제라든가 여야 협력을 위한 조건이나 또는 여러 문제성 있는 인사들에 대한 선제적인 그런 조치나 이런 것들이 혹시 있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것 하나 전혀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국민들께서 문제가 있는 인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데 대해서 아쉽더라도 출범에 협조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그런 점에서 대승적 결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뒤늦은 '일꾼론' =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 청와대를 일반에 공개하는 등 통합행보를 이어갔다. 보수진영에서 처음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고 노무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도 대통령을 대신해 총리, 장관, 정무수석 등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확인했고 추경은 빠르면 이번주 중 통과될 전망이다. 1기 내각 후보자는 1~2명 낙마하는 데 그쳤고 총리 인준 역시 과거에 비해 빠르게 처리됐다.

민주당은 뒤늦게 선거캠페인의 중심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동시켰다. 지방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수성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성과'와 '인물'로 방어진을 다졌다. 하지만 다소 늦은 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물론, 일꾼론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얘기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윤석열정부 20일 만에 치르는 선거라면 당연히 국민은 새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청문회나 입법 등으로 이를 막으려고 하면 대선 불복이나 발목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덕수 총리인준을 한동훈·정호영 낙마의 지렛대로 삼는 듯한 행보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강행 처리 등이 유권자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안 대표는 "애초부터 관심을 중앙이 아닌 지역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등의 성과로 관심을 분산하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다"면서 "앞으로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중앙 중심의 선거 전략은 민주당에게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의 공중전'을 '지방의 각개전투'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후보는 tbs라디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판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미정상회담의 컨벤션 효과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라며 "최근 당내에 생긴 여러 문제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계속 악순환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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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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